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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끝나지 않은 논란…'천경자 미인도'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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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진품" 결론 불구 천 화백 유족 측 반발

국립현대미술관 측 "미인도 대중에 공개 검토"

뉴스1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발표에서 미인도 진품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25년간 위작 논란이 이어졌던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 대해 과학감정과 안목감정을 거친 결과 '진품'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2016.12.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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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김수완 기자 = 지난 25년간 진위 논란이 분분했던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 대해 검찰이 '진품' 결론을 내렸지만, 유족 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9일 "'미인도'의 소장이력 조사와 더불어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전문가 자문,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및 위작자를 자처해 온 권 모씨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으로 판단된다"면서 천 화백 유족 측으로부터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당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다만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미인도는 위작이 아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던 정모 전 현대미술관 학예실장(59)에 대해서는 거짓 기고로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천 화백의 유족 측은 바로 반발했다. 소송을 제기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 측 공동변호인단은 "프랑스의 뤼미에르 광학 연구소가 수학, 물리학, 광학적 데이터로 도출해낸 위작판명 결과를 검찰이 부정했다"며 추가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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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발표에서 배용원 형사제6부 부장검사(왼쪽)가 '미인도'가 진품임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25년간 위작 논란이 이어졌던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 대해 과학감정과 안목감정을 거친 결과 '진품'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2016.12.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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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미인도 진품' 결론내린 근거는?

검찰은 1991년 이후 25년 동안 계속 '위작' 논란이 일었던 '미인도'에 대해 천 화백이 직접 그린 '진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검찰청 등은 '미인도'에 사용된 값비싼 석채 안료, 두꺼운 덧칠 등 기법이 천 화백의 다른 작품 제작방식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여러 차례 수정·덧칠을 반복하면서 작품의 밀도·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표면적인 그림 아래에 다른 형태의 '밑그림'이 발견된 것이나 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외곽선을 그린 자국인 '압인선'이 발견된 것 역시 천 화백 다른 작품과 같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감정위원 9명에게 안목감정을 맡긴 결과 역시 검찰의 '진품' 결론을 뒷받침했다. 감정위원 9명은 천 화백 유족 측, 현대미술관 측, 미술계 전문가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교수, 화가, 미술평론가 중에서 선정됐다. 감정위원들 역시 전문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석채 사용, 붓터치, 선의 묘사 등 기법이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서 보인 기법과 동일하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그동안 논란이 일어왔던 각종 문제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결론을 내렸다.

우선 '미인도'가 천 화백의 1981년작 '장미와 여인'을 토대로 위조된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1976년 제작된 '차녀 스케치'를 토대로 미인도, 장미의 여인 등 2점이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차녀 스케치는 2016년 이전엔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토대로 2016년 이전 그려진 미인도가 위작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미술관에 입고됐던 다른 천 화백 그림과 '미인도'가 1981년 무렵 바꿔치기 당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 그림을 현대미술관에 헌납한 사람의 유족이나 헌납 당시 감정위원 등은 자신들이 소장, 감정했던 그림이 미인도와 같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검찰은 '믿을 수 없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Δ'미인도' 감정 보고서에 심층적인 단층분석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점 Δ뤼미에르 팀이 사용한 계산식을 천 화백 다른 작품에 사용했더니 진품일 확률이 4.01% 수준으로 나왔던 점 Δ뤼미에르팀이 미인도의 원본이라고 밝힌 장미와 여인에 대한 비교·분석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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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가 취재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리는 천경자 화백은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화려한 색채를 선보인 세계적인 여류화가이다. 2015.10.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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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화백 유족 측 여전히 '위작' 주장 근거는?

소송을 제기한 천 화백의 차녀 김 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를 비롯한 김 씨의 공동변호인단은 검찰 발표 직후 서면 자료를 내고 "국제적인 과학감정전문기관인 프랑스의 뤼미에르 광학 연구소가 한 달에 걸친 검증 끝에 수학, 물리학, 광학적 데이터로 도출해낸 명백한 위작판명 결과를 대한민국 검찰이 부정했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비공개로 실시한 안목감정에 참여한 감정위원 9명의 명단 공개도 요구했다.

먼저 변호인단은 '미인도'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미인도'가 1980년 문공부에서 이관돼 수장고에 있던 작품이 맞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관 당시 '미인도'의 사진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천 화백의 화판에 그려진 다른 진품의 경우 화선지가 화판에서 분리되는 경우가 없었는데, '미인도'는 화선지가 나무 화판에서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미인도'에 표기된 작품 정보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홈페이지에 2001년 4월 당시 게재한 작품상세정보에 의하면 '화선지에 담채'라고 기재돼 있는데, (검찰이 감정한) '미인도'의 상태는 명백한 '진채'"라며 "국립현대미술관 입고 당시 '담채'였던 그림이 '진채'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1981년 '미인도'가 천 화백의 다른 그림과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검찰이 미인도 원소장자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미인도'가 김재규한테서 나왔다고 하지만, 김재규가 1980년 1월28일자에 기증했다고 하는 기증서는 김재규가 항소심 중 감옥에 있던 기간으로 기증서를 보면 무인과 성명부분이 문질러져 있고 본인이 작성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며 수사 결과를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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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故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를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1주기 추모전은 천 화백이 1998년 기증한 작품 93점 전체를 처음으로 한 공간에서 선보이며. 서울시 기증품 외에도 ‘고’(1974), ‘초원Ⅱ’(1978), ‘막은 내리고’(1989) 등 소장가로부터 대여받은 주요 작품을 합쳐 100여 점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7일 까지다.2016.6.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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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논란 그만…천경자 화백 제대로 조명해야"

검찰의 이 같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담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19일 뉴스1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인도 관련 그간 과거자료들을 토대로 진품으로 믿고 있었다. (검찰 발표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며 기뻐할 것도 없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도 소장품의 수집, 감정, 관리가 보다 더 전문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불구속 기소된 정 전 학예실장 역시 "진위문제가 해결됐으니 오히려 기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씨는 "지금까지는 천경자 화백이 작가로서의 업적이나 성과보다는 진위 문제로 모든 게 가려져 있었다. 이제 그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 천경자의 미술사적 업적을 제대로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박우홍 화랑협회장(동산방화랑 대표)은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미인도'가 천 화백의 진품이 맞다고 생각했던 입장이지만, 진위 결론을 내린다는 건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신이 아닌 이상 감정하는 사람도, 작가 본인도 진위 판단에 있어서 실수를 할 수 있다"며 "작가가 생존했을 때는 작가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작가 의견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혹여라도 (미인도가 위작) 결론에 이르렀다고 해서 그것이 완벽한 것은 아닐뿐더러, 이 결론이 천경자 작품 세계 전체에 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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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미인도'가 공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25년간 위작 논란이 이어졌던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 대해 과학감정과 안목감정을 거친 결과 '진품'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2016.12.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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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인도'가 시장에 나온다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미인도' 진위 논란이 일단락됨에 따라 '미인도'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인도' 위조범으로 알려졌던 권모씨가 작품을 직접 확인하고 난 후 '미인도는 명품에 가까운 수작이며 내 위작 수준으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다.

미술시장 한 관계자는 "'미인도'는 가치 상승 요소와 감소 요인이 모두 있다"며 "시장 가치로 따진다면 그동안 (소송 등으로) 유명세를 치렀고 (검찰 수사 결과) 진품 판정이 난 점은 '가격 프리미엄'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진위 논란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 '디밸류에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25년간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묵혀 있던 '미인도'가 전시를 통해 대중에 공개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앞으로 미인도 공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 전시 공개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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