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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박정희-박근혜 부녀 기념물 '수난시대'…관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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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 박 전 대통령 부녀 기념물에 분풀이…과도한 기념사업 부작용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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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이 4일 붉은색 페인트로 훼손됐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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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의 공격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박근혜 대통령 부녀 기념물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등 박 대통령 부녀 기념물 관리주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기념물 관리를 위해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제한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난처한 상황이다.

7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박 대통령 부녀 기념물을 관리하는 지자체들은 시설물 보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관리하는 구미시는 이달 1일 박 전 대통령 생가 방화사건이 일어난 이후 돌발사태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방화사건 이후 경계인력 충원은 없다"면서도 "현재 무인경비 시스템과 사회복무요원, 경찰 순찰 등을 활용해 돌발사태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나 동상을 관람하는 사람이 많은데 공항검색대처럼 관람객을 통제할 순 없다"며 "돌발상황이 염려되긴 하지만 직원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충북 옥천군은 박 전 대통령 생가 방화 사건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육영수 여사 생가터 주변 경비를 강화했다. 연쇄 방화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난 민심의 공격은 전국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 파문 이후 일부 시민들이 분노와 실망감에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물을 훼손하는 것이다.

4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 전 대통령 흉상이 페인트로 뒤덮였다. 소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의 박 전 대통령 흉상 얼굴 전체에 붉게 페인트가 칠해졌고 흉상 제단에는 '철거하라'는 문구가 적혔다.

문래근린공원은 1961년 5·16 군사정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참모들과 작전회의를 한 일명 '박정희 벙커'가 남아있는 곳이다. 훼손된 흉상은 1966년 7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516 군사정변을 기념해 만들었다. 흉상 아래에는 '516 혁명 발상지'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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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부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방화로 전소됐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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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에는 박 전 대통령 생가터 인근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 왼쪽 다리와 시 기념비, 국민교육헌장비 등 3곳에 붉은 글씨로 쓰인 '독재자'라는 글귀가 발견됐다. 같은 달 18일에는 구미 양호동 금오공대 본관 앞 교훈석에 '박근혜 하야' 전단이 붙기도 했다. 이 교훈석에는 박 전 대통령 부녀가 쓴 교훈이 새겨져 있다.

딸 박근혜 대통령 기념물도 수난이다. 지난달 18일 대구 삼덕동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이 붉은색 스프레이로 훼손된 사건이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전국 곳곳에서 진행한 과도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과 아부성 기념물 남발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정권이 국정교과서 편찬과 맞물려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고 신격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기념물 훼손사건이 일어난다는 해석이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올해 3월 설립 50주년을 맞아 2m짜리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웠다.

앞서 올해 2월에는 원래 있던 장영실 동상을 "방문객 동선을 고려한다"며 역사관 뒤편으로 위치를 변경했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부각하기 위한 과잉충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에 동상을 세우려는 시도가 여론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 동상은 구미 생가와 박 전 대통령이 나온 구미초등학교, 새마을운동 발상지 경북 청도 신거역, KIST, 문래근린공원 등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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