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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성장절벽 한국경제]⑧수주 급감에 공장가동 ‘뚝’… 깊은 불황에 죽어가는 중소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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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산업단지 반월-시화공단, 수주 감소에 '울상'

매출 20~30%씩 떨어지며 부도 위기에

평균 공장가동률도 70%대 머물어

트럼프 당선 등 대외변수도 내년 불확실성 키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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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지난 2일 오후 국내 부품·소재 중소기업 약 1만8000개사가 밀집돼 있는 경기도 안산과 시흥의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간간히 5톤 화물트럭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산업단지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납품해야할 제품들을 쌓아놓는 공장 부지 내부도 훵하니 텅 비어있었다. “입주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근로자 수도 예전보다 줄었어요.” 시화공단 입주기업인 s사 정모 대표의 한숨 섞인 한 마디다.

s사는 크레인 자동제어설비를 생산하는 수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주가 없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정 대표 “기본적으로 수주가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먹고 살기 힘든 지경이 됐다”며 “전반적으로 국내 인프라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저가로 뛰어드는 중국 크레인 업체들에게도 경쟁력에서 뒤져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국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그는 “경기악화가 장기화되는 상황이고 내년도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되는만큼 해외로 설비를 이전시켜 활로를 모색할 계획”이라며 “근로자를 줄이거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등의 인력 구조조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월공단에 입주한 도료제조 중소기업 g사도 최악의 나날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신모 대표는 “최근 매출이 15%나 감소하는 등 수주가 없어 가동률이 줄고 매출액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치도 수치이지만 체감상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반월공단 입주기업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기악화 장기화로 대기업들의 발주가 줄면서 협력사들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신 대표는 “단순히 3~5%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20~30%씩 감소하는 기업들도 나오는데 이럴 경우 대부분 부도를 피하지 못하더라”며 “요즘 주변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나면 ‘발주 자체가 없어 힘들어 죽겠다’는 곡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신 대표는 “최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대기업들이 연루되면서 연계된 중소기업들의 수주까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또 요새 정부의 외교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트럼프 당선 후 보호무역이 거세질 경우 수출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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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 중소 제조기업 가동률은 정상적인 생산활동의 마지노선인 80%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50인 미만 중소기업 6532개사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66.0%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반월공단(6220개사)의 50인 미만 중소기업들의 평균 가동률도 73.8%, 시화공단(1만1475개사)은 78.2%로 80%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 5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3개 공단의 전체 입주기업 2만4227개사 중 95.9%를 차지한다. 전국 산업단지 총생산액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82조4900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459조4800억원) 대비 16.7% 감소했다.

문제는 최근의 정치상황과 미국 대선 등의 영향으로 내년 경기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큰만큼 중소기업들이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인력 감축 등의 섣부른 대응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정책금융 조기 지원 등으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당장 직원을 줄이면 경기가 좋아졌을 때 공장 가동률을 높여야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힘든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이 과도하게 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산업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가 유의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도 “활황일 때는 생산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불황일 경우엔 영업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미 자체 시장이 작동하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잠재력있는 아세안(asean) 시장으로의 영업력을 강화하고 사업도 집중화 전략을 펼쳐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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