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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고양이에 생선?…미얀마 '로힝야 인종청소 조사위' 구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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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 이슬람교도 배제…위원장은 군부 측 부통령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센 가운데, 미얀마 정부가 군부 측 부통령에게 조사위원회를 맡겨 논란을 빚고 있다.

3일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최근 미얀마군의 서부 라카인주(州) 무장세력 토벌 작전 중 벌어진 로힝야족 학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 조사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3명의 조사위원 중에는 인종청소 논란의 피해자인 이슬람교도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데다, 위원회를 주도할 위원장도 군 출신의 민트 스웨 부통령이 맡았기 때문이다.

민트 스웨 부통령은 1992년부터 2011년까지 19년간 미얀마를 철권 지배한 독재자 탄 슈웨의 측근으로, 지난 2007년 승려들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인 '샤프론 혁명' 유혈 진압 당시 양곤지역 군 책임자였다.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의 매튜 스미스 대표는 "군부 인사가 주도하는 위원회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독립성이 없는 위원회는 신뢰할만한 인권 조사를 할 수 없다. 국제사회가 동참하는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지부의 필 로버트슨도 "새로 꾸려진 조사위원회가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문민정부가 로힝야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수치는 지난 8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자문위원회를 꾸려 로힝야족 학대 문제를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자문위는 불교도들의 반발 속에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 속에 2일 라카인주를 방문한 아난 전 사무총장은 '코피 아난 위원회를 금지하라'고 외치는 불교도 중심의 시위대와 맞닥뜨렸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라카인주 마웅토에서는 지난 10월 9일 무장괴한의 경찰초소 습격으로 경찰관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미얀마군은 무장세력 잔당 토벌을 이유로 로힝야족 거주지역을 봉쇄한 채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이 군사작전 와중에 1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현지 주민과 인권단체는 군인들이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과 방화를 일삼으며 '인종청소'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최근 유엔은 이번 사태로 약 1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고 추정했다.

국제사회의 로힝야족 학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인권단체와 외신이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수치 자문역도 2일 채널 뉴스 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사태를 부풀리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때"라며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연합뉴스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로힝야 학살 반대 시위[AF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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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조사위 반대' 시위하는 불교도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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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카인주 방문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epa=연합뉴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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