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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POP초점]"경쟁자는 아줌마 둘" 여혐논란 '판도라' 감독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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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판도라’ 박정우 감독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을 ‘아줌마 둘’이라고 말해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박정우 감독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 박정우 감독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흥행은 내심 기대하고 있는데 경쟁자인 아줌마 둘이 있잖나. 우린 4년을 준비했는데 그쪽은 40년을 준비했고, 우린 150억 원이 들어갔는데 거긴 수천 억 원이다. 관중 동원력도 훨씬 뛰어나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고 발언했다.

문제가 된 것은 ‘아줌마 둘’이란 호칭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비선실세 최순실을 두고 여성이란 프레임 안에 가둬 비난했다는 것. 네티즌들은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권력형 비리를 지적해야지, 굳이 아줌마란 표현을 쓴 박정우 감독을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아줌마라고 칭하는 순간 대통령이 아닌 나이 든 여성으로 치환되고 이는 여성에 대한 비난이 된다는 것.

여성혐오 발언이란 지적에 박정우 감독은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아줌마 발언이 그렇게 문제될 것이라곤 전혀 몰랐다. 그냥 그 연령대 여성에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이라 생각했다”며 “앞서 센 발언 때문에 대답을 자제하란 말을 들었다. 그래서 박근혜, 최순실 실명을 말하는 것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했는데 잘못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정우 감독은 “이번에 나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지 않았나. 단언하는데 난 이런 상황을 보며 ‘이래서 여자 대통령은 뽑으면 안 돼’라던가 ‘여자라서 저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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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 스틸/NEW 제공


그러면서 박정우 감독은 “내가 지금껏 만들어온 영화를 보면 여성 캐릭터를 보는 시각이 삐뚤어지지 않았단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판도라’만 하더라도 재난 상황 속에서도 자식을 구하는 모성애를 가진 여성과 다른 이들을 챙기는 진취적인 여성이 등장한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을 텐데”라며 “정말 의미 없이 던진 단어였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지 몰랐다. 다만 그 발언 때문에 ‘판도라’를 여혐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아줌마란 호칭이 왜 여성혐오에 속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공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하는 것, 여성에 대한 부정과 폭력, 성적 대상화 모두가 여성혐오에 속한다.

때문에 박정우 감독의 발언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금껏 수많은 남성들이 권력을 붙잡고 비리를 저질렀지만, 남성이기에 비판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비리 그 자체로 손가락질 받았을 뿐. 하지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집안에 여자를 잘 들여야 한다’는 뿌리 깊은 여성 혐오 사상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의 비리는 여성의 잘못으로 조롱받고 비난 받은 것도 사실이다. 작은 변화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는 지금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내뱉었다는 말 속에는 일상처럼 당연한 듯 여겨졌던 혐오와 차별이 담겨 있었다.

한편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4년간의 기획을 거쳤다. 여기에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이 출연한다. 오는 12월7일 개봉한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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