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요일, '문단 내 성폭력' 인정 "용서구한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시인 김요일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했다./사진=김요일 페이스북 화면 캡처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시인 김요일(51)이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피해자들은 김 시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시인은 지난달 30일 오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에 "문단 내 성폭력 관련 사건들을 접하며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며 "이제 와서야 반성하는 저 자신이 한심스럽다. 정말 잘못했다.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데뷔 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셨고 2008년 식도암과 위암이 찾아와 위 전체를 덜어내는 수술까지 했다"며 "알코올중독이 돼 만취상태에서 크고 작은 실수와 사고를 범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습적으로 술자리에 함께 있는 여성들에게 도저히 해서는 안될 성적희롱과 추행을 하기도 했다"며 "술핑계를 대는 건 아니다. 인간적 미숙함과 반여성적인 편견, 죄의식의 부재 등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어졌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트위터에서 저의 죄에 대해 증언된 내용들이 올라왔다"며 "저의 의도가 어찌됐든 증언된 피해 여성들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깊이 뉘우치고 있다. 그동안 여성분께 성적 피해를 가해 깊은 상처를 주었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사과번복과 언론 매체를 통한 왜곡 발언, 피해자들 향한 보복성 고소·겁박 등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단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만연된, 병폐된 성문화가 치유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 시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모임인 '김요일 성폭력 피해여성연대'는 SNS 트위터를 통해 "김요일씨의 사과문을 잘 보았다"며 "반성적 태도를 감안하여 개인 및 단체 고소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트위터 계정을 마련하고 김 시인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김 시인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20대 초반 여성을 처음 만나 숙박업소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또다른 피해자는 김 시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접근한 뒤 동료 모임에 초대해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0년 등단한 김 시인은 '붉은 기호등'(1994년)과 '애초의 당신'(2011년)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현재 출판사 문학세계사, 아동출판사 아이들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재윤 기자 m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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