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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끝나지 않은 문단 내 성폭력 고발…김요일 시인, 성추문 인정·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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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통한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면서, 최근 성추문의 주인공이 된 김요일(51) 시인이 30일 사과문을 올렸다.

김씨는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상습적으로 술자리에 함께 있는 여성들에게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성적 희롱과 추행을 하기도 했다. 제 인간적 미숙함과 반여성적인 편견, 죄의식 부재 등이 여성들에 대한 여러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어졌음을 인정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1990년 계간 ‘세계의문학’으로 데뷔한 김씨는 출판사 ‘문학세계사’ 이사이자, 아동서적을 출판하는 ‘아이들판’ 대표로 재직 중이다.

최근 여성 네티즌들은 트위터에 ‘성폭력피해여성연대’ 계정을 만들어 공격적으로 김씨의 과거 행적을 폭로해왔다. 여성들은 “20대 초반일 당시 김씨가 ‘넌 나랑 자야 된다’며 모텔로 끌고가 성폭행했다”거나 “문예창작학부 휴학생이던 내게 김씨가 페이스북으로 접근해왔고 동료 시인들과의 모임에 초청한 뒤 방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김씨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셔 댔고, 심지어 2008년에는 식도암과 위암이 찾아와 위 전체를 덜어내는 수술까지 했지만 이후에도 폭음을 멈추지 않아 만취 상태에서 크고 작은 실수와 사고를 범해 왔다”며 “진심으로 참회하며 이후 사과 번복은 물론 언론 매체를 통한 변명이나 왜곡 발언, 피해자들을 향한 보복성 고소 겁박 등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시작된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은 소설가 박범신(70)씨를 포함해 배용재(54)·박진성(38)·이이체(28)·황병승(46) 시인 등으로 이어졌고, 지목된 작가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하고 자숙의 뜻을 밝힌 상태다.

[이하 김요일 시인 사과문 전문]

시 쓰는 김요일입니다.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문단 내 성폭력’ 관련 사건들을 접하며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1990년 데뷔 이후 동료들과 수많은 술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셔 댔고, 심지어 2008년에는 식도암과 위암이 찾아와 위 전체를 덜어내는 수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폭음을 멈추지 않았고, 알코올 중독이 돼 만취 상태에서 크고 작은 실수와 사고를 범해 왔습니다.
상습적으로 술자리에 함께 있는 여성들에게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성적 희롱과 추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술 핑계를 대자는 건 아닙니다. 제 인간적 미숙함과 반여성적인 편견, 죄의식 부재 등이 여성들에 대한 여러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어졌음을 인정합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현재 트위터에서 저의 죄에 대해 증언들이 올라왔습니다. 당시 제 의도가 어찌됐든 증언 된 피해 여성들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여성 분께 성적 피해를 가해 깊은 상처를 줬습니다. 모든 피해 여성께 깊이 사죄드리며 다시는 이런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자숙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참회하며 이후 저는 사과 번복은 물론 언론 매체를 통한 변명이나 왜곡 발언, 피해자들을 향한 보복성 고소 겁박 등을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저로 인해 고통받았을 분들의 마음을 이제 와서야 헤아려 반성하는 저 자신이 한심스럽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이 글을 읽고 큰 실망에 빠질 가족과 동료, 그리고 저를 아껴준 모든 분께도 피눈물 나도록 사죄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단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만연된, 병폐 된 성문화가 치유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저도 앞으로, 어떤 경우라도, 여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내겠습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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