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여성작가·습작생, 문단 내 성폭력 '커밍아웃'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간담회서 밝혀

이지훈 극작가 문단에 쓴소리 쏟아내

"한국 사회서 여성 작가로 산다는 것"

공론화해 '저항'하는 분위기 만들어져야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이나 습작생, 여성 작가들도 당당하게 커밍아웃해 공개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문단 내 성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지훈 극단 tnt레퍼토리 대표가 권위 뒤에 가려진 문단 내 민낯과 더불어 한국 사회서 여성작가로 살아가는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열린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간담회 현장에서다.

이지훈 극작가는 잇따른 문단 내 성추문과 관련해 자신도 “최근 회자하고 있는 유명 소설가에게 오래 전 식사 자리에서 약간의 성추행 비슷한 분위기를 견뎌야 했던 적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추문이 터질 때 ‘드디어 일어날 일이 벌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그는 이어 “문단계 이런 분위기는 공론화되지 못한 채 여전히 만연해 있다”면서 한국 문단계 여성 작가의 위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극작가는 “출판계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뉴스도 있더라. 소설가나 예술가들이 자신은 자유인이고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면서 여성의 정체성, 인격이나 주권을 짓밟는 형국”이라며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화예술계에 활동하는 수많은 여성작가 지망생이나 작가들이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공개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문화계가 가장 늦은 편이다. 학교나 공공기관 등에 반해 문화예술계는 자유롭다는 핑계로 더디게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 여성에 대한 모독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한국여성극작가전’은 ‘나의 삶, 나의 무대-함께 가자’란 주제로 지난 9일 막을 올렸으며 낭독 2편·무대공연 5편 등 총 7개 작품을 오는 12월 4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한국여성연극협회(회장 류근혜)는 1994년 창단 이후 한국여성연극인의 권익신장과 예술가적 여성 참여의 필요성을 짚기 위해 2013년 한국여성극작가전을 출범했다. 강유정, 양혜숙, 심정순, 윤시향, 이승옥 등이 역대 회장을 역임했다. 첫 회는 현대 한국여성작가 1세대 작가에 대한 헌정공연으로 1940년~1980년대까지 활동한 여성작가 7인의 희곡을 공연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현재 활동중인 여성극작가의 신작 소개와 여성연극인들의 창작활동 장려에 앞장서는 동시에 조명 받지 못한 여성작가들의 희곡을 낭독공연 형식으로 소개해왔다.

이번 여성극작가전은 △최명희 작·김국희 연출로 ‘허난설헌’과 △이지훈 작·이정하 연출의 ‘조카스타’(11월11~13일) 두 작품의 낭독공연을 시작으로 △최은옥 작·백순원 연출의 ‘진통제와 저울’(11월16~20일) △김혜순 작·송미숙 연출의 ‘눈물 짜는 가족’(11월23~27일) △나혜석 작·백은아 각색연출의 ‘경희 원한 현숙’(11월30~12월4일) 등 여성극작가 5인의 작품을 여성 연출가가 맡아 무대화한다.

이지훈 작가가 쓴 ‘조카스타’는 영원한 예술적 소재 오이디푸스에서 빗겨가 이 남자와 결혼한 여자 ‘조카스타’에 주목한다. 그녀가 어떻게 라이우스와 결혼했고 한 여자로, 모성으로, 또 아내로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고통 받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레우스 말레피까룸’ ‘빠뺑 자매는 왜?’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장엄한 예식’ 등을 번역·연출하고 ‘진흙’과 ‘방’도 연출했다. 극작으로는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었다’ ‘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와 희곡집 ‘기우제’가 있다. 제6회 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문화계의 성추문 고발은 온라인상에서 ‘○○계_성폭력’을 해시태그(#·특정 주제에 대한 글임을 알리는 표시)로 공유하며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연쇄적 폭로는 최근 ‘반(反)여성혐오’를 구호로 내세운 인터넷 여론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문단의 경우, 김현 시인 등이 지난 9월 계간 ‘21세기문학’에 “문단 내 성폭력이 만연해있다”는 내용의 글을 싣고, 독립문예잡지 ‘더 멀리’를 통해 이 같은 사례를 경험한 습작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면서 국내 문예지 역시 서둘러 흐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계간 ‘문학과사회’는 가을 혁신호 별책을 통해 ‘혐오’를 다뤘고, 격월간 ‘릿터’는 최신호를 페미니즘 특집호로 냈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