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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美언론 여론조사 거의 틀려…AI는 맞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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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미국의 선택 트럼프 / 제2 브렉시트 만든 숨은표 ◆

언론사들의 여론조사가 또 틀렸다.

미 대선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숨은 표'들의 반란이 현실화됐다. 이 숨은 표로 인해 2016년 미 대선은 제2의 브렉시트 투표가 돼버렸다. 올 6월 있었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국민 투표 직전 각종 여론조사는 거의 모두 브렉시트를 예측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번 미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결전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예측을 점치는 여론조사는 전체 8%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선 확률 8%의 트럼프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든 일등공신인 이 숨은 표는 대선 내내 이슈였다. 트럼프 당선자 측은 이 '숨은 표'로 인해 승리를 장담했고, 미 주류 언론들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무시했다. 물론 숨은 표로 인해 대선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은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피터 앤스 코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체 조사 결과 마음을 감춘 표심은 존재했다"면서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찍는다'면 트럼프에 마음이 간다고 답한 이들이었다"고 했다. 앤스 교수는 "관건은 이들이 투표장에 직접 가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고, 그 확률을 낮게 봤다. 이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가 대선 막판 대부분의 회의론 속에 격전지였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 미시간 등에서 유세를 강행했던 것은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뉴욕타임스도 숨은 표에 주목하긴 했다. 하지만 백인 등록 유권자 수의 69% 정도로 추정돼 2012년(71%)과 별반 차이가 없고 새로 유권자가 된 백인도 힐러리 성향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왜 이 숨은 표들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못했을까. 이는 트럼프 당선자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자신들의 표심을 적극 드러내기를 꺼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막말을 일삼고, 도덕적이지 못한 후보를 지지하면 자신도 '동급'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샤이 트럼프스터스(Shy Trumpsters)'라고 부른다.

이런 가운데 아메리칸대학의 저명한 역사학자 앨런 릭트먼 교수도 트럼프의 당선을 맞혀 눈길을 끌고 있다. 릭트먼 교수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와 선거 환경을 분석해 만든 자신의 모델로 1984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8차례 연속 대통령 당선인을 정확히 예측했고, 이번에도 대선 예측 승자가 됐다. 또 인공지능(AI)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 인도 벤처기업 제닉AI의 창립자 산지브 라이가 2004년 개발한 '모그IA'가 그 주인공으로, 지난 10월 말부터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그IA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참여자들이 많이 언급하는 후보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대선 예측을 하고 있다. 모그는 2004년 이후 있었던 세번의 대선 결과를 모두 맞혔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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