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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NASA 위성에 포착된 유럽 화성 착륙선의 처참한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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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역추진 엔진 고장…시속 300㎞로 내리꽂히며 폭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유럽이 화성 생명체 탐사를 위해 보낸 무인 탐사선 '엑소마스'(ExoMars)의 착륙선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가 화성표면과 충돌해 폭발한 모습이 미국 탐사선의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은 소속 정찰 위성이 유럽우주국(ESA)의 착륙선 스키아파렐리가 불시착한 화성표면을 촬영한 사진을 2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스키아파렐리는 착륙 예정지점에 도착했지만, 본체 주변에서 검은 부분이 포착된다.

이는 연료 탱크가 폭발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주변으로 50㎝ 깊이의 큰 구덩이도 파여 있다. 하얀 점은 떨어져 나간 낙하산과 공기와의 마찰열을 차단하는 장치로 추정된다.

스키아파렐리는 모선인 가스추적궤도선(TGO)과 분리돼 지난 19일 안정적으로 화

성 대기권에 진입했지만, 착륙을 위해 하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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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아파렐리가 충돌한 화성표면. 검은 부분이 폭발 흔적[NASA 제공]



착륙선은 일반적으로 하강 중 속도를 늦추기 위해 낙하산을 펼쳐야 하지만 스키아파렐리의 낙하산이 계획보다 빨리 펴진 것으로 분석됐다.

화성표면 연착륙을 위해 장착된 역추진 로켓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계획에 따라 30초 동안 분사돼야 했던 역추진 로켓이 3∼4초밖에 작동하지 않아 스키아파렐리가 결국 상공 2∼4㎞에서 추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하강 마지막 단계에서 ESA와 스키아파렐리와의 송수신도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NASA가 촬영한 구덩이 사진 등을 분석할 때 착륙선이 시속 300㎞의 속도로 화성표면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초 착륙선은 사람의 걷는 속도인 시속 4㎞ 정도로 사뿐하게 화성에 내려앉을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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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무인 탐사선 '엑소마스'(ExoMars)의 화성 착륙 상상도[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NASA의 사진으로 스키아파렐리의 폭발이 확인되면서 유럽은 2003년 착륙선 '비글 2'에 이어 두 번째로 화성 착륙에 실패한 것으로 기록됐다.

BBC방송에 따르면 ESA의 회원국들이 차기 미션을 위한 자금 지원을 꺼릴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자 ESA는 '충돌'이나 '실패' 등의 단어를 쓰는 것을 피하고 있다.

ESA는 스키아파렐리를 화성 대기권에 진입시킨 후 착륙선이 5~6분 동안 데이터를 송신했다며 임무가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모선인 TGO를 화성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며 화성 대기 속 메탄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NASA의 화성 궤도 탐사선이 화성표면에서 검은 점과 하얀 점을 포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키아파렐리의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어 NASA가 고해상도 하이라이즈(HiRISE) 카메라를 동원해 찍은 사진을 이날 공개하면서 폭발은 기정사실화됐다.

BBC방송은 동일한 미국의 탐사선이 지난 2003년 '비글 2'의 화성 착륙실패를 증명하는 사진도 찍었다고 보도했다.

비글2는 착륙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착륙은 했으나 태양광 패널이 펼쳐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2015년이 돼서야 미국 탐사선이 보낸 사진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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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화성 착륙선이 경착륙으로 폭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NASA 제공]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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