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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조 푸는 국민연금…형편 풀리는 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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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코스닥 하락 매듭 판단

50조 굴리는 기금본부 지침 폐지

중소 1000개 종목 투자 가능해져

“인위적 투자, 시장 왜곡” 우려도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원을 풀어 중·소형주를 사기로 했다. 또 시가총액이나 매출 규모가 작거나 거래량이 적은 1000여 개 종목에 대한 투자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위축된 투자 심리를 살릴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중앙일보

자료:국회 박인숙 의원실·한국거래소·에프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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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장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2.06%(13.06포인트) 오른 648.57로 장을 마쳤다.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38억원과 604억원을 사들이며 매수세를 주도했다.

국민연금은 가치형 4곳, 중·소형 5곳, 계량모델형(업종별·종목별 비중을 조절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3곳 등 위탁운용사 12곳을 선정해 연말까지 자금 1조원을 운용위탁하기로 했다. 실사와 면접을 거쳐 다음달 11일까지 선정을 끝낸 뒤 자금을 집행한다.
중앙일보

자료:국회 박인숙 의원실·한국거래소·에프앤가이드


국민연금이 1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중·소형주의 하락세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코스닥지수는 635.51로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630선으로 떨어졌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지수가 지난해 하반기 780선 대비 20% 가까이 빠져 장중 620선까지 내려갔다”며 “해외 지수와 비교할 때도 저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와 외국인 순매수 약세로 대형주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도 중형주 강세론에 힘을 싣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3.2%, 3.6% 상승했지만 중형주는 4.6% 하락했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중형주가 부진했지만 노트7 사태 등으로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봐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앞으로는 유리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대형주 PER은 9.93인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9.9와 7.74를 나타냈다. 지난해 9월 대형주가 9.57, 중형주와 소형주가 각각 14.65과 10.5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주로 돌아선 중·소형주의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
중앙일보

자료:국회 박인숙 의원실·한국거래소·에프앤가이드


지난 6월 대형주·가치주·중소형주를 일정 비율로 분산하라는 국민연금의 지시로 억지로 중·소형주를 팔아야 했던 운용사들의 부담도 해소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당시 요구한 지침을 운용사들이 대부분 맞췄다”며 “더 이상 비율을 맞추기 위해 중·소형주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이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매출 300억원 이상 ▶6개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 5억원 이상 종목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을 폐지하기로 한 점도 시장에 기대를 주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260여개에 불과했다. 이번 지침 폐지로 유가증권시장에서 300여개, 코스닥시장에서 700여개 종목에 새롭게 투자할 수 있다.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7월 말 기준 541조원에 달하는 기금적립금 가운데 18%가량인 95조500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금본부가 직접 투자하는 자금이 50조원,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탁 형태로 굴리는 자금이 45조원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국민연금이 중·소형주로 분류했던 종목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상 대기업 중견 계열사들이 많았다”며 “내부지침이 사라지면 코스닥 종목 투자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기업 가운데 유동성이 많은 종목은 일부인데다 전체 규모도 작아 수익률이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받지 못한다는 외부 비판이 나오자 국민연금공단이 마지못해 수습 카드를 꺼낸 격”이라며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인위적으로 이뤄진 투자는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장원석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김민상.장원석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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