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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현대車그룹, 금융위기 후 8년여만에 임원 임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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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51개 계열사 1000여명 10% 삭감 이달부터 시행…내년 사업 전망도 난망 "선제적 대응 차원"]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그룹 전체 임원이 이번 달부터 자신들의 급여를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대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 고통 분담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외견상 ‘자진 삭감’이지,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 내 51개 계열사 소속 임원들은 이번 달부터 임금 10%를 자발적으로 삭감하기로 결의했다. 참여 임원은 ‘이사 대우’ 이상 직급 1000여 명에 달하고, 삭감은 1단계로 내년 연말까지 지속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주 임원들로부터 급여 삭감 동의서를 받아 이번 달 임금이 지급되는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실적 부진에 내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책임 경영 차원에서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임금을 자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의 급여 삭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이후 7년 9개월 만이다. 그만큼 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시장 위축, 노조 파업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 브라질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신흥시장의 더딘 경기 회복 등으로 올 들어 9월 누계기준 글로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한 562만1910대에 그쳤다.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이다.

현대차는 장기화됐던 노조파업으로 3조1000억 원(14만 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으며 올 초 제했던 판매목표 501만대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기아차는 아직도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임금협상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내수 부진도 심각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4만1548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줄은 것은 물론 8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세다. 현대차는 내수 부진의 책임을 물어 최근 국내영업본부장을 전격 교체한데 이어 이날 신형 그랜저IG를 한 달 가량 앞당겨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원 임금 삭감은 당초 26일 실적에 맞춰 공식화할 계획이었다”고 말해 이날 임원 임금 삭감 외 또 다른 경영 위기 타개 방안이 추가로 발표될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익태 기자 epp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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