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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靑-국회, 주도권 놓고 충돌… 타협 실패땐 개헌 불발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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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개헌 제안]추진과정 첩첩산중

[동아일보]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내 개헌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관건은 ‘누가 주도권을 쥐고 개헌 논의를 끌어가느냐’다. 국회가 주도하면 여야 타협으로 반발을 줄일 수 있지만 지난한 협상 과정에서 추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이 주도하면 속도는 붙을 수 있지만 국회 권력의 반발을 돌파해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으로 인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단축 문제도 민감한 사안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추진’은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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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자신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못 박진 않았다. 다만 “정부 내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개헌안 발의를 암시한 것이다. 실제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당연히 개헌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개헌 논의의 중심축은 박 대통령이라는 선언이었다.

이에 야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대통령 주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헌 논의의 첫 관문인 추진 주체를 둘러싼 ‘샅바싸움’이 본격화한 셈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표 개헌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박 대통령이) 안보도, 개헌도 정권 위기 탈출 카드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국면 전환과 국정 주도권 확보, 나아가 여권 주류로서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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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에선 개헌이 ‘야권 분열’을 촉진할 박 대통령의 ‘절묘한 승부수’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제부터 야당은 ‘개헌 대 반(反)개헌’의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렇다고 여권이 모두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유승민 의원은 “개헌 논의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주도하면 국민이 그 의도에 찬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블랙홀’을 감수하면서까지 꺼내든 개헌 카드가 야권 반발로 좌초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헌 카드를 두고 ‘고(高)위험 채권’이란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공식화한 첫날부터 여야가 주도권 논쟁에 뛰어든 건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개헌안의 방향이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해왔다. 반면 여야의 대표적 개헌론자 중에선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사이에서 이원집정부제 등 다양한 형태의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 4년 중임제는 대선 주기가 짧아 여야 대결을 오히려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의원내각제는 국민 신뢰가 낮은 국회의원에게 정부를 맡길 수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에 막힐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논의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차기 권력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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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국회의 주도권 다툼이 격해지면 개헌 논의는 시작도 못 한 채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곧바로 제3의 절충안을 제안했다. 여야와 행정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범국민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정부 주도냐, 국회 주도냐’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특위를 어떻게 구성할지, 합의는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회도 개헌특위를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분간 정부와 국회가 각각 개헌안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누가 개헌안을 발의하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 논의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셈이다. 결국 개헌은 여야 협치의 산물이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개헌 논의를 위한 ‘협치 정국’을 만드느냐가 ‘임기 내 개헌 추진’의 최대 관건인 셈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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