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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라크 정부, 모술 탈환전서 '시아파 본색'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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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개입 말라" 요구…전장서 시아파 깃발 걸어

연합뉴스

모술 코앞 진격한 시아파 민병대 PMF
모술 코앞 진격한 시아파 민병대 PMF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핵심거점 모술을 탈환하기 위한 이라크군의 작전에 동참하고 있는 시아파 민병대 '민중동원군'(PMF)이 22일(현지시간) 모술 남쪽 지역에 도착하고 있다. ymarshal@yna.co.kr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국가(IS) 사태를 맞아 지난 2년여간 중동의 양강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구사했던 이라크 정부가 이란 쪽으로 서서히 기우는 분위기다.

그동안 IS라는 급한 불을 끄려면 종파를 가리지 않고 일단 지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의 IS 격퇴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모술 탈환전을 개시한 뒤 '시아파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수니파 사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되고 나서 이라크 정부는 친(親)이란 성향의 시아파가 주도해 왔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22일 열린 한 회의에서 "터키와 사우디는 모술 탈환작전에 개입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라크 정부가 터키의 개입 중단은 지난해 말부터 요구해 온 문제지만 사우디를 공식 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술 탈환전이 대체로 순조롭게 진척되자 이라크 정부의 눈은 벌써 'IS 이후'에 맞춰진 셈이다.

알아바디 총리는 이라크의 최대 현안이었던 IS 사태가 마무리된 뒤 벌어질 치열한 파워게임에서 수니파나 쿠르드족은 물론 모술 탈환전에 직간접으로 가담한 수니파 계열의 외국에도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라크군은 종파와 종족을 초월한 연합작전을 표방하고는 있으나 모술 탈환전의 전장에서도 이런 시아파 본색이 간간이 드러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선 모술 탈환전에 참전한 이라크군의 전차에 '오 후세인이여'라고 적힌 시아파 깃발이 걸린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

연합뉴스

IS, 이라크군 압박해오자 유황공장에 불질러
IS, 이라크군 압박해오자 유황공장에 불질러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핵심거점 모술로 이라크 정부군이 압박해오자 22일(현지시간) 모술 인근 알-미슈라크의 유황공장에 불을 질렀다. 사진은 알-미슈라크 인근에 진격한 이라크군이 유황연기를 막기 위해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ymarshal@yna.co.kr



후세인은 시아파가 숭모하는 7세기 종교지도자다. 공교롭게 후세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기간과 작전이 겹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시아파 위주의 탈환작전에 예민한 수니파에겐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이라크와 사우디의 불협화음은 진작 감지됐다.

올해 8월 이라크 외무장관은 바그다드 주재 사우디 대사가 본국으로 소화돼야 한다고 사우디 정부에 요구했다. 사우디 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가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라크가 사우디에 선을 긋는 데엔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정세 판단도 또 다른 배경으로 보인다.

미국과 사우디는 미국의 변화된 대이란 정책, '9·11 소송법' 등으로 소원한 상황이다.

사우디와 거리를 둬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지원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게 이라크 정부의 계산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정부 역시 이라크 정부에 대한 근원적 불신을 거두지 않은 채 모술 탈환전은 같은 진영으로 묶이는 터키에 맡기고 예멘 내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8월 IS 사태와 이라크 재건 사업을 논의하려고 국제 동맹군 30개국 군사령관과 회의를 했을 때도 걸프 지역의 수니파 왕정 6개국 중 유일하게 쿠웨이트만 참여했다.

연합뉴스

모술 부근 마을을 탈환한 이라크 군[AP=연합뉴스자료사진]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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