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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로에 선 주택시장②]2006년 데자뷰?…'빚내서 집사라' 불황형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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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등 쏠림 투자는 투기 거품…매매가·지방은 조정

불황에도 집 산 내집마련 수요, 정부정책 볼모로…"전반적 규제,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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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집값이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2006년 집값 거품과 버블 붕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저금리를 활용한 자금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양상이어서 향후 집값 하락시 가계 경제에 끼칠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칫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경우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과도한 투기만을 골라낼 수 있는 족집게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재건축 역대최고가·高분양가…2006년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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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2000년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2006년의 전고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3.3㎡당 4012만원(부동산114조사·10월7일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대에 진입했다.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3635만원과 비교해 370만원 이상 높은 수치다.

대부분 단지들도 2006년 수준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남 개포주공 아파트 중 가장 규모가 큰 1단지는 현재 3.3㎡당 시세가 8033만원에 달했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개별 단지 중 최고가다. 압구정동 구현대4차는 3.3㎡당 평균 시세가 5796만원선으로 압구정 단지 중 가장 높다.

2006년 당시에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며 집값이 크게 상승했었다. 집값이 급등한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은 이른바 '버블세븐'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고분양가가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닮은 점이다. 2014년 10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3.3㎡당 4130만원) 2회차 분양부터 본격화된 역대 최고 분양가 경신은 Δ올해 1월 잠원동 신반포자이 3.3㎡당 4290만원 등 강남권 재건축 신규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계속됐다. 청약 흥행과 억대 웃돈은 다시 사업을 앞둔 재건축단지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2006년 호황 vs 2016년 저금리 투자…과열양상도 국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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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같은 집값상승이 강남 재건축 등 일부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은 차이점이다. 실제 당시 버블세븐 지역 가운데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이 2006년 전고점을 돌파한 곳은 서초구가 유일하다. 정비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단지들은 주택 노후화 등으로 가격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전체적인 상승폭도 2006년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6년 한해 아파트값은 Δ서울 31.11% Δ1기 신도시는 35.44% Δ경기 34.8% Δ전국 24.8% 등으로 폭등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현재 아파트값 상승률은 Δ서울 5.67%, Δ신도시 2.49% Δ전국 2.85% 등으로 이에 크게 못미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부동산 투기와 과열은 일부 강남권 재건축에만 한정된 이야기"라며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안전자산을 확보하려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이 전형적인 부동산 호황기였다면, 지금은 저금리 상황으로 조성된 국지적 '이상과열' 현상이라는 것이다.

2006년 당시에는 IMF 졸업과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경제성장률도 5%대로 OECD회원국 평균을 넘어서는 '고성장'이 이어졌다. 1970년대 이후 건립된 강남 일대 아파트들의 재건축 시기가 때마침 도래하면서 부동산 자산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이뤄졌고 풍부한 유동자금이 투자로 이어졌다. 정부는 부작용을 우려해 부동산 억제정책을 내놓기에 바빴다.

반면 현재는 전반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부동산 경기가 전체 경제를 끌고 가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은 51.5%로 1993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다. 건설투자가 없다면 3.3%(2분기 기준) 수준인 경제성장률은 1%대로 반 토막 난다.

이 와중에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유동자금은 안전자산인 부동산, 특히 강남 재건축이나 공공택지 등에 몰리고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3%대로 당시 금리 6~7%의 절반 수준이다.

가계부채도 크게 늘어났다. 금리변동에 따른 부동산 리스크도 커졌다. 당시 500조원 수준이던 가계대출은 올해 상반기 1257조원을 넘어섰다. 서민들의 전세자금도 집값을 함께 떠받치고 있다. 올해 전국 평균 전세가율(집값대비 전세가격의 비중)은 73.1%로 2006년 41.8%보다 30%포인트 이상 높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2006년은 세계금융위기를 경험하기 직전으로 경제가 성장 국면이었고 부동산에 투자가 몰리며 전국적으로 상승열기가 확산됐다"며 "가계대출 규모도 적고 금리 수준도 높아서 지금보다는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덜했다"고 말했다.

◇"전면 규제 경계…실수요 걸러내는 족집게 대책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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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이미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가계빚을 지고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대출 성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는 정책은 실수요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중도금대출 옥죄기가 일례다. 정부는 집단대출에 대해 Δ수분양자 소득자료 확보 의무화 Δ부분보증 도입 등으로 대출총량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신규사업장에서는 대출 거부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조사에 따르면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이후 입주자모집공고에 나선 사업장 가운데 80% 이상이 중도금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이나 집단대출 축소로 이어질 경우 부담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전문가들은 내집마련 실수요자는 독려하면서도 강남 재건축 등 일부 투기 세력만 규제할 수 있는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내 미국금리인상 등 외부적 충격이 예정돼 있는 것도 전면적 규제가 위험한 이유다.

김의열 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집단대출 연체율은 8월 기준 0.38%로 대출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지는 총량규제 보다는 분양권 불법전매 처벌강화 등 행정적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TI 등 전면적인 규제도 부동산 시장 전체를 냉각시킬 수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분양시장 훈풍으로 2015~2016년 신규분양된 가구는 10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일부지역 투자쏠림 현상이 문제인 만큼 투기과열지구 일괄 지정 등 전면적인 규제보다는 세부 대책이 적합하다"며 "재당첨을 제한하거나 청약통장의 1순위 요건을 강화할 경우 경쟁률을 낮추는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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