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예산 블랙홀` 쌀값 폭락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쌀값이 가파른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속적인 급락으로 쌀 가격이 하락했을 때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지불하는 쌀 변동직불금으로만 1조4900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회에 현재 계류 중인 정부 예산안보다 5000억원 추가된 규모다. 예산 낭비 논란과 함께 쌀 직불금제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올해 산지 쌀값은 80㎏당 13만1808원으로 추락했다. 1년 전 가격인 15만6880원보다 15.98%가량 하락했다. 지난 5일 수확기 첫 산지 쌀값인 13만4076원보다도 크게 낮아졌다. 통상 쌀 가격은 매년 10월 5일에 신곡 가격을 반영했을 때 열흘 전인 9월 25일의 구곡 가격보다 큰 폭으로 오른 후 점차 떨어지는 추세를 나타낸다. 햅쌀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지난해에는 10월 5일 신곡 가격이 9월 25일 구곡 가격보다 2.6%, 2014년에는 7%, 2013년에는 4.8%, 2012년에는 9.25%, 2011년에는 9.5% 높았다.

그런데 올해는 쌀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면서 10월 5일 신곡 가격이 열흘 전 구곡 가격보다 0.5% 오르는 데 그쳤다. 심지어 추가적인 쌀값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15일 산지 쌀 가격이 올해 수확기 첫 산지 쌀 가격인 지난 5일(13만4076원)보다 열흘 새 1.7%가량 떨어지며 쌀 변동직불금 지급 한도 가격인 13만411원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쌀 가격 급락으로 쌀 직불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쌀 변동직불금 한도인 1조4900억원의 예산을 모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 분야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쌀값 폭락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쌀 가격이 13만원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직불금은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서 정부가 지급하는 사실상의 보조금이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맞춰 법으로 1조4900억원 이상을 지급할 수 없도록 정해 놓고 있다. 변동직불금은 목표 가격 18만8000원에서 수확기 쌀값을 빼고 여기에 0.85를 곱한 뒤 고정직불금을 빼서 산정한다. 쌀값이 하락할수록 지급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수확기 쌀값은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통계청의 산지 쌀값 평균치로 정한다.

현재 정부 예산안으로 쌀 직불금은 고정직불금 8240억원, 변동직불금 9777억원(80㎏당 14만3789원)으로 배정돼 있다.

쌀 변동직불금으로만 1조4900억원을 투입하고도 농가에서는 제대로 가격 보상이 안 됐다며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평균 가격이 13만411원 이하로 산정돼도 13만411원을 마지노선으로 변동직불금을 지급하고 그 이하 차액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8월 하순부터 쌀값 하락이 심화되자 예년보다 열흘 이상 이른 지난 6일에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올해 수확기 물량 중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25만t가량을 시장에서 격리할 것이라고까지 발표했지만 쌀 가격 하락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5일 쌀 수급안정 방안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토론회를 개최하고 19일에도 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소비량을 크게 웃도는 생산량이 쌀값 급락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쌀 직불금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쌀 직불금제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11월 중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동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