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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뚱아저씨의 동행] 다섯 번이나 파양됐던 초롱이 이야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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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위패가 모셔져 있던 절에서.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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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라이프팀 = 초롱이를 입양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초롱이를 집에 두고 외출할 일이 생겼습니다.

운동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북한산을 다녀오기로 한 터라 전 어머니의 유품인 가방을 메고 초롱이와 인사를 나눈 뒤 집을 나섰습니다.

초롱이가 집에 온 후 저와 떨어져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어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초롱이가 많이 적응을 한 것 같았고,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이었기에 전 초롱이를 믿고 북한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저는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와 함께 있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던 초롱이가 집안 곳곳에 피가 섞인 설사를 해둔 것입니다. 저와 떨어져있는 것이 불안했나봅니다. 너무도 가슴이 쓰렸습니다. 초롱이가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그런데 초롱이는 더 놀라운 행동을 했습니다. 그날 제가 멘 가방 위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 것입니다. 푹신한 강아지 침대에서 자던 초롱이가 산행 이후 가방 위를 떠날 줄 몰랐습니다. 초롱이는 그 가방을 지켜야 제가 못 나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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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갈 때 멨던 가방 위에서 잠이 든 초롱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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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본 저는 초롱이를 안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초롱아, 나는 너를 절대 버리지 않아. 너와 영원히 함께할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잠깐 집을 비우더라도 걱정하지 마. 알았지?”

초롱이가 그 말을 알아들은 건지, 정말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초롱이는 제가 외출을 해도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가끔씩 가방 위에서 자기는 했지만 평소엔 강아지 침대에서 잠을 자더군요.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니 초롱이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얼굴도 많이 좋아졌고 기도 살아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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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아저씨와 함께 생활하며 기가 많이 살아난 초롱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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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초롱이의 건강검진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초롱이가 노령견인 것을 알게 됐고, 신장 기능을 거의 잃었다는 사실도 듣게 됐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초롱이가 앞으로 1년 정도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너무나 슬펐습니다. ‘초롱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초롱이의 삶을 빛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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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탄 초롱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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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전 언제나 초롱이와 함께했습니다. 지하철을 탈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시장을 갈 때도, 은행이나 관공서를 갈 때도 늘 초롱이를 품에 안고 다녔습니다. 제 모습을 보신 분들은 분명 제가 이상해 보였을 겁니다. 덩치가 큰 중년 남성이 아주 작은 요크셔테리어를 항상 안고 다녔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초롱이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집 마당에 사는 흰돌이, 흰순이는 자기들끼리 워낙 즐겁게 지내니 마음 놓고 초롱이에게 더 정성을 쏟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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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와 함께 떠난 동해바다 여행에서.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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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초롱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1년이란 세월이 흘렀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초롱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첨벙첨벙 물그릇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냄새도 잘 맡지 못하더군요. 초롱이를 불러도 잘 듣지 못했습니다.

‘아, 이젠 초롱이를 보낼 때가 됐나보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초롱이는 제 품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렇게 초롱이는 제 마음 속에 작은 별로 영원히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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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려 있는 초롱이 사진(왼쪽)과 흰돌이, 흰순이 사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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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제 방에는 초롱이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면 늘 그 앞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던 초롱이의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입니다. 전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저를 잃어버릴까봐 항상 노심초사했을 초롱이가 생각나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내 사랑 초롱아, 지금은 강아지별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나는 널 영원히 떠나지 않고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알았지?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그리고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반려견을 버리지 말고 잘 키워주세요. 그 아이들에겐 당신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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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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