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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팝인터뷰③]'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 "트렌스젠더 출연? 그들도 우리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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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노인 빈곤과 존엄사를 다룬 '죽여주는 여자', 변방 중의 변방 트랜스젠더까지 품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제작 KAFA)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사는 여자 소영(윤여정)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굵은 뼈대는 성매매 여성의 삶과 노인 빈곤, 안락사 문제 등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다. 소영의 이웃들이다. 주로 종로에서 '서비스'를 하는 '박카스 아줌마' 소영의 집은 이태원이다. 하고많은 동네들을 놓아두고 왜 이태원일까. 이는 이재용 감독의 '기록 본능' 때문이다.

이재용 감독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내 평소 활동 무대는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 등이다. 근데 종로의 뒷골목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 않나. 이태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태원은 주변인들이 공존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공간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즉, 양공주 생활을 거쳐 '박카스 할머니'가 된 소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동네는 이태원이었다는 것.

실제로 소영의 이웃들은 조금은 특별하다. 그가 길에서 데려온 코피노 소년부터 시작해서 트렌스젠더 티나(안아주), 한쪽 다리를 잃은 청년 도훈(윤계상) 등이다. 특히나 티나 역의 안아주는 실제 트랜스젠더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선택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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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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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남자배우나 실제 여자를 쓰라고 하더라. 근데 여자배우는 진정성이 떨어질 것 같았다. 오디션을 본 남자배우들은 호들갑스럽더라. 여장남자를 벗어나지 못 했다. 나는 젊고 예쁜 사람이 아니라, 그 세계에서 막차를 탄 것 같은 이를 원했다. 그래서 물어물어 수소문을 했다."

그때 이재용 감독의 눈앞에 나타난 게 49세의 안아주였다. 안아주는 트랜스젠더를 희화화하지 않고, 동등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죽여주는 여자'의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그 역시 극 중의 티나처럼 무대 생활을 30년 정도 한 경험이 있었다. 또한 실제로 무대 연출을 하는 베테랑이기도 하다. 안아주는 극 중 등장하는 댄스를 본인이 직접 동선을 짜왔고, 자신의 백댄서와 함께 소화했다.

"안아주도 나름의 맺힘과 할 말이 있더라. 자기들이야말로 진짜 변방 중의 변방이라고 하더라. 외국에서는 트랜스젠더가 승무원도 되고 뷰티살롱에서 일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술집이나 매춘이 선택지의 전부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효용이 다해서 주방보조를 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죽음을 택한다."

때문에 트랜스젠더를 우습게 그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드러내는 '죽여주는 여자'는 안아주에게는 의무감이 담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이재용 감독은 "트랜스젠더 역시 사람이고 우리의 이웃이다. 많은 매체에서 그들을 여장남자처럼 다루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라며 안아주를 캐스팅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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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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