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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쇄살인범 정두영' 자동차 배선 재료로 사다리 만들어 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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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영 대상 행정·형사 처벌…일부 간부급 책임자 인사 조처

연합뉴스

대전교도소 탈옥 시도한 정두영.[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최근 탈옥을 시도한 '연쇄살인범 정두영'은 자동차 배선 재료를 이용해 탈옥에 필요한 사다리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수감된 대전교도소 측은 정씨를 징계하는 등 행정·형사 처벌 절차를 밟는 한편 관리 책임을 물어 일부 간부를 전보 조처했다.

29일 대전교도소 측에 따르면 정씨는 자동차업체 납품용 전선을 만드는 작업실에서 자투리 전선 등으로 동료 수용자 몰래 사다리를 제작했다.

정씨는 파이프가 연결되듯 배선도 1m씩 연결되는 점에 착안해 1m 크기의 구조물을 여러 개 만들어 작업 재료 틈에 숨기거나 재료인 것처럼 동료 수용자나 교도소 측을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구조물에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탈옥 당시 구조물을 연결해 사다리(높이 4m)로 활용한 것으로 교도소 측은 추정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8월 8일 오전 7시께 사다리를 이용해 삼중 구조로 된 교도소 담을 넘다가 7분여 만에 발각됐다.

정씨는 사다리로 교도소 담 3곳 가운데 2곳을 뛰어넘고, 마지막 세 번째 담을 넘기 위해 시도하던 중 붙잡혔다.

교도소 측은 정씨를 독방에서 일정 기간 감금하는 '금치' 조처를 하는 한편 형사 처벌 절차도 밟고 있다.

금치처분을 받으면 접견, 서신 수발, 전화 통화, 집필, 작업, 신문·도서열람, 라디오 청취, 텔레비전 시청 등이 단절된다.

환기가 잘 안 되는 1평 남짓한 징벌실에서 최장 2개월 동안 수용된다.

교정 당국은 이번 탈옥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전교도소 일부 간부급 책임자를 다른 지역 교도소로 전보하는 등 인사 조처도 단행했다.

정씨는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과 경남, 대전, 천안 등지에서 23건의 강도·살인 행각을 벌였다.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살해하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등 잔혹한 범행으로 밀레니엄에 들떠있던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2000년 12월 부산고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하고 현재 사형수로 수감 중이다.

정씨는 금품을 훔치다 들키면 흉기나 둔기 등으로 잔혹하게 목격자를 살해했고, 연쇄 살해 동기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해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출장마사지사 등 21명 살해 후 사체 11구를 암매장한 '연쇄살인마 유영철'이 검찰 조사에서 "2000년 강간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당시 정두영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한 월간지를 보고 범행에 착안하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법무부 등 상급기관의 감찰 조사 등을 이미 받았고, 당시 근무자들의 근무소홀 부분에 대한 징계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며 "내부 조력자 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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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도소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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