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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5% 장기금리의 암시…성장률 '1% 시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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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시장, 韓 디플레 위험 높게 평가"

부정적 미래 경제 전망이 장기금리에 녹아있어

"디플레와 싸우는 일본 등은 우리 미래의 거울"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나라 장기금리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장기금리는 각 경제주체들이 갖고 있는 미래의 물가 전망(기대인플레이션)과 밀접한데, 그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이다.

현재 국고채 10년물 이상 장기금리는 1.5%에도 미치지 못 한다. 향후 10년 이상 한 단위의 자본을 투입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평균 1.5%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장기물로 갈수록 돈을 떼일 불확실성은 더 커짐에도 ‘1.5% 수익률이면 충분하다’는 투자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10년물 이상 장기금리는 모두 2%를 넘었다. 최근 하락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이는 곧 우리 경제가 수십년 후에도 반등하지 못해 금리가 낮을 것임을 암시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1%대 경제성장률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책당국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부정적 미래 경제 전망이 장기금리에 녹아있어

28일 한국은행의 이번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A 금통위원은 “채권시장에 반영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전문가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하회하는 것은 채권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가 침체하는 현상) 위험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A 금통위원의 지적은 국고채 장기금리가 너무 낮다는 의미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68%.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1.491%, 1.506% 수준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30일 당시에는 각각 2.061%, 2.228%, 2.295%였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면 각각 3% 안팎 수준이었고, 3년 전 때는 3.5% 안팎이었다. 장기금리의 급락은 향후 우리 경제가 더 고꾸라질 것이라는 중요한 방증이다.

더 주목되는 건 장단기 금리차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차이가 줄고 있다. 3년물 금리(1.304%)와 장기물 금리의 차이가 0.2%포인트도 나지 않는 상황이다. 단기금리는 주로 중앙은행 기준금리에 연동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단기금리도 따라 내린다. 그에 반해 장기금리는 주로 시장 수급과 경기 전망 등에 영향을 받는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빠르게 내리는 건 장기간 저성장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한은 금통위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고 있음에도 장기금리는 반대로 하락하고 있다. 단기물 금리는 오르고 장기물 금리는 내리면서 채권수익률곡선은 더 평평해지고 있다(커브 플래트닝). 채권수익률곡선은 국채의 만기에 따른 이자율 분포를 나타낸 그래프다. 시장 한 참가자는 “최근 한은 금통위 스탠스에도 장기금리가 더 내리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런 고민은 금통위 내부에도 전반적으로 퍼져있다. B 금통위원은 “한은은 (채권수익률곡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지표 해석에 대한 컨센서스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C 금통위원은 “최근 한·미 장기금리가 역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시 한·미 시장금리의 움직임과 이에 따른 자본유출입 변화 등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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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와 싸우는 일본 등은 우리 미래의 거울”

따지고 보면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사상 초유의 ‘채권수익률곡선 관리’ 카드를 꺼낸 건 장기금리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현재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떨어질대로 떨어진 장기금리를 일으켜 세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를 직접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다만 그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어느 국가의 중앙은행도 시장금리인 장기금리를 통제하지 못했다. 쉽지 않는 측면이 존재한다”면서 “일본은행의 새로운 전략 방향은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혼란스러운 정책”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경제의 하락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1%대 성장률이 머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부쩍 많아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처럼 장기금리 하락은 연기금 보험사 등의 장기채권 수요가 많은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 있지만, 동시에 수급 문제만으로는 설명이 완전하지 않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암울한 경제 전망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얘기다. 디플레이션과 싸우는 일본 유럽 등은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의 거울과도 같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가자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0%대 금리를 바라보는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했다. 마냥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기류다. 금융시장의 시선은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등 ‘3저(低) 시대’ 고착화로 이미 이동해있다.

한국금융학회장 출신의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경제 흐름에 있어 장기금리가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부채 의존도와 부담이 부쩍 커져 경제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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