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강국을 향한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세계 특허출원에서 4위를 차지했던 우리나라가 최근 특허출원 순위에서 2년 새 중국에 역전을 당해 5위로 밀려난 것.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대거 특허출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7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공개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특허협력조약(PCT) 특허출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1만447건으로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9669건보다 8.0% 증가한 것으로 5.7%의 세계 특허출원 분야 점유율을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중국의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1만6406건으로 2010년의 1만2296건보다 33.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세계 특허출원 비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9.0%로 우리나라에 비해 1.6배 높았다.
2009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국제특허 출원 건수에서 세계 4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0년부터 중국에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 2007년까지 5455건의 PCT 국제특허 출원 건수를 기록하며 세계 7위를 기록했으나 이후 연평균 32.6%의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특허출원 건수에서 매년 한 단계씩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년 출원 건수 1만2296건으로 우리나라의 9669건을 훌쩍 넘어 4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7064건에서 시작해 연평균 10.5%의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중국의 국제특허 출원 분야가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디지털 통신분야 국제특허 출원은 2513건으로 우리나라의 654건보다 약 3.8배 높았다. 특허등록 현황을 기업별로 살펴봐도 상위권에 중국의 휴대폰 및 통신업체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휴대폰 제조사인 ZTE는 지난해 2826건의 PCT 국제특허 출원을 해 국제 특허 최다 등록업체가 됐다.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도 1831건의 특허출원을 해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국제특허를 많이 등록한 업체인 LG전자는 1336건으로 세계 8위, 삼성전자는 757건으로 세계 15위에 머물렀다.
KISTEP 김미정 책임전문관리원은 "미국이나 일본이 의료기술이나 전기기계, 에너지 등 고유의 특허영역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중국과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 분야에 특허출원이 몰려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향후 정보통신기술 분야에 대한 특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이 최근 5년간 특허출원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식재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2009년 금융위기 사태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지식재산 및 특허 관련 법 제도를 재정비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특허장려정책을 펼쳐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미국과 맞먹는 세계 특허선진국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