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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분석]"판매 절벽" 흔들리는 수입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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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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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던 수입차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폭풍 성장세를 타고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만 급급하던 반작용이 한꺼번에 터지는 모양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수입차의 소비자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는 인증 과정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 불신으로까지 번졌다. 이로 인해 인증 장벽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는 관측이다.

수입차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던 아우디폭스바겐 중고차 거래가 뚝 끊기면서 전체 수입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가파른 점유율 상승에도 사후관리(AS) 불만은 여전하다. 일부 업체는 국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세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터질 것이 터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관이다.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점점 하락, 지난 7월 12.6%를 기록했다. 2015년 1월 이후 최저치다.

◇폭스바겐 여파, 수입차 판매량 감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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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 총괄대표(왼쪽 세번째)와 정재균 부사장(〃 두번째) 등이 지난 7월 청문회에 출석해 "배출가스 문제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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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는 꺾일 줄 모르던 국내 수입차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주원인이 됐다. 폭스바겐 게이트가 터졌을 당시만 해도 파격 할인 정책으로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은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별다른 보상 없이 차 판매에만 급급하던 폭스바겐 판매 정책은 역효과를 낳았다. 소비자 보상이나 보호를 위한 어떤 조치도 없는 상황에서 부실한 리콜 계획서까지 도마에 올랐다. 그 사이 폭스바겐은 미국 44개 주, 컬럼비아 및 푸에르토리코 특별구 법무부장관들과는 디젤 이슈에 관련된 현존 및 잠재 소비자 보호 청구권을 약 6억300만달러에 해결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한국 및 유럽에서는 법으로 임의 설정이 해당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만 법으로 임의 설정이 문제된다”는 해명뿐이었다.

급기야 기존의 32종 모델 8만3000여대까지 인증이 취소되면서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신차 판매가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이미 소비자에게 판매된 차량은 문제 삼지 않았지만 중고차 거래는 뚝 끊겼다. 내차 팔기 비교 견적 애플리케이션(앱) 헤이딜러에 따르면 지난 15개월 동안 폭스바겐 중고차 경매 매물 비율은 지난해 7월 1.6%에서 올해 7월 4.5%로 1년 사이 갑절 이상 증가했다. 디젤 게이트 이후 타던 차를 처분하려는 폭스바겐 차주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헤이딜러 내 폭스바겐 중고차를 매입하려는 딜러 수는 지난해 동월(7월) 대비 +20.1%에서 -32.6%로 50% 이상 감소했다.

끊긴 중고차 거래는 신차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 수입차 세일즈 담당은 “신차 구매와 관련해 상담 받은 고객 가운데 기존에 갖고 있던 아우디나 폭스바겐 차량을 중고차로 팔기 힘들어서 신차를 사지 못하는 고객이 꽤 된다”면서 “아우디폭스바겐 수요가 다른 수입차 브랜드로 옮겨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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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이 주행시험을 받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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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 장벽까지 높아져

수입차 시장의 주류는 디젤 차였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68.8%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디젤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42.2% 감소, 비중이 52.7%까지 떨어졌다. 디젤 엔진 불신과 함께 정부의 강도 높은 인증 과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디젤 인증이 늦어지면서 가솔린 모델보다 디젤 모델이 두 달 가까이 늦게 출시됐다. 앞으로 출시되는 디젤 모델 인증도 폭스바겐 여파로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부는 이미 출시된 100여종의 수입 디젤차 전 차종 인증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입차 업체는 디젤 모델을 적극 출시하기가 어려워졌다.

올 1월에 개정된 세법에 따라 고가 업무용 승용차 유지비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데 제동이 걸린 것도 수입차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4월부터는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연 1000만원 이상 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동안 고급 수입차를 법인용으로 구매해 놓고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수입차 신규 등록 30~40%는 법인 차량이다. 운행일지를 작성하면 문제가 없고 개인용 차량을 업무용으로 이용할 때 한도가 없다는 점 때문에 편법 운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적발 사례가 나타나면 수입차 판매량에 상당한 지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지금 타고 있는 업무용 차가 올해 감가상각 처리가 끝나기 때문에 연말에 수입차 세단을 구매할까 고민했다”면서 “운행일지를 작성하면 된다고 해도 회사 세무조사 빌미를 제공하게 될까 봐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쌓이면서 지난 상반기의 개별소비세 인하에도 수입차 성장세는 저조했다. 개별소비세 인하는 가격이 비싼 수입차를 구매할 때 훨씬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짐에도 국산차는 성장하고 수입차는 날개가 꺾인 상황이 연출됐다.

◇독이 되어 돌아온 제 살 깎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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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신형 7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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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할인 중심 판매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 단기간 내에 판매량 확대를 밀어붙이다 보니 제 살 깎아 먹는 무리한 가격 할인 위주 마케팅이 펼쳐졌다.

자동차 매출이 늘어난 만큼의 인프라 투자와 서비스가 뒤따라야 하지만 가격 할인 위주 정책이다 보니 판매 이후 고객 불만이 쌓여 갔다. 더욱이 너 나 할 것 없이 가격 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할인 가격이 정가로 받아들여지고, 이것이 그대로 중고차 시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할인 받은 고객도 차를 중고차로 판매할 때가 돼서는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격 할인으로 어려움을 모면하려고 한 아우디폭스바겐도 초기에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정책 때문에 더욱 큰 비난을 받았다.

최근 BMW코리아는 견적실명제를 도입하고 마구잡이식 할인을 막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를 시행한 첫 달인 7월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떨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할인으로 고객을 유인해 온 만큼 다시 할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고객들의 기대감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 정책이 자리 잡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절치부심 국산차 업체 약진

수입차 날개는 꺾였지만 국산차는 날았다. 신차가 쏟아진 데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까지 주어지면서 상반기에 국산차들은 호실적을 쏟아 냈다.

현대기아차 위주의 국산차 시장이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SM6, 쉐보레 말리부 등 다양한 인기 모델들의 등장으로 다변화됐다. 선택 범위가 너무 좁아 수입 일반차로 옮겨 가던 고객 상당수가 다시 국산차 시장으로 넘어오게 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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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관계자는 SM6 성공 요인으로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수입 중형 세단을 경쟁상대로 타기팅했다”면서 “편의 사양을 대폭 장착하는 등 프리미엄 중형 세단을 앞세운 것이 수입차 고객을 다시 끌어들인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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