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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세계 최악의 동물원'…팔레스타인 동물원의 굶주린 동물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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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에 굶주린 동물 15마리, 남아공·요르단 등으로 옮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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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 기다리는 가자 동물원의 마지막 호랑이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세계 최악의 동물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동물원의 병들고 굶주린 동물들을 위한 구출작전이 진행됐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포포즈(Four Paws)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에 있는 칸 유니스 동물원에 있던 동물 15마리를 다른 나라의 보금자리로 이송했다고 AP·AFP통신 등이 최근 보도했다.

포포즈는 성명에서 "'세계 최악의 동물원'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며 "마침내 동물원이 폐쇄돼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문을 연 칸 유니스 동물원은 한때 리비아와 수단,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각지에서 공수해온 100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살던 '정상적인' 동물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7주간의 전쟁 이후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동물 먹이를 사기조차 빠듯해졌고 제대로된 관리도 받지 못한 동물들은 하나 둘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나갔다.

동물원 소유주는 동물 사체를 박제나 미라로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지만 관람객의 관심을 끌기는커녕 조악한 모습이 공포감까지 자아내 동물원의 악명을 더욱 높였다.

수십 마리의 동물이 굶어죽자 소유주는 결국 지난 2월 포포즈에 도움을 요청했고, 포포즈는 살아남아 동물원을 지키고 있는 15마리의 동물들에게 안전한 새 보금자리를 찾아주게 됐다.

가자지구와의 국경 통행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사파리 작전'이라는 작전명으로 동물의 국경 통과를 허락했다.

마지막 남은 호랑이 라지즈(아랍어로 '귀염둥이'라는 뜻)는 남아공으로 옮겨지며, 원숭이 5마리와 에뮤 2마리, 거북이 2마리, 펠리컨 1마리 등 나머지 식구들도 요르단이나 이스라엘 등 인접국으로 옮겨졌다.

포포즈의 수의사 아미르 칼릴은 "라지즈가 이동용 상자에 제대로 들어갈까 걱정했는데, 마치 자신을 더 좋은 집으로 데려가 주려 한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듯 곧장 박스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굶주린 동물들은 새 삶의 기회를 얻었지만 가자지구의 많은 주민들은 여전히 배고픔에 처해 있고 국경 통행도 제한돼 있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구호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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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 앞두고 마취 주사 맞는 가자 동물원 원숭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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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 앞두고 마취 주사 맞은 가자 동물원 사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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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되는 가자 동물원 거북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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