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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96년 전 오늘… 美여성, 투표권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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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227년 전 오늘은 '프랑스 인권선언', 여성 제외되며 여성운동 불지펴]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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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조.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제6조. 모든 시민은 대표자를 통해 법 제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프랑스 혁명이 한창이던 1789년 8월26일. 프랑스 국민의회를 구성하는 프랑스 인민 대표자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양도할 수 없는 신성한 권리들을 명시하기로 결의했다. 프랑스 인권선언문(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통해서다. 모든 시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입법 활동에 참여할 권리와 공무를 담당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평등의 권리는 남성에게만 주어졌다.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서 여성의 권리는 제외됐다. 남성만의 평등, 남성만의 권리였다.

프랑스 혁명을 반겼던 여류작가 올랭프 드 구즈는 당시 상황에 분노를 느꼈다. 이전부터 흑인 노예제를 반대하는 희곡이나 여성의 이혼권을 옹호하는 글을 쓰며 시민활동가로서 활동해온 그였기에 실망감도 컸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남성이 가진 모든 권리를 가진다." 드 구즈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비꼬아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을 선포했다.

이 일로 드 구즈는 '자신의 성별에 적합한 덕성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는 죄목을 얻었고, 여성의 투표권을 주장하는 벽보를 붙이던 중 체포돼 사형이 선고됐다. 남성만의 혁명에 제동을 걸었다는 이유였다. 드 구즈 처형과 동시에 여성의 집회가 금지됐고 모든 여성단체가 해체됐다.

하지만 단두대에 올랐던 드 구즈는 마지막으로 "여성이 사형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연설 연단 위에 오를 권리도 당연히 있다"는 말을 남기며 여성 운동의 불씨를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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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영국, 미국, 프랑스 등에서 여권 투쟁이 이어졌다. 영국의 에머린 팬크허스트는 여성의 참정권을 얻어 내기 위해 투쟁을 벌이다 체포와 석방을 12차례나 되풀이했다. 단식투쟁도 벌였는데 호스를 이용해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는 등의 조치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미국의 여성운동가 수전 앤서니는 투표권이 없는 채로 투표에 참여한 죄로 체포됐고,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참정권을 요구하며 흰 옷을 맞춰 입고 거리 행진을 가졌다.

1920년 8월26일 마침내 미국 전역에서도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됐다. 흑인남성에게 투표권이 허용됐던 1865년보다 한참 늦게 여성들도 참정권을 얻은 것이다. 비슷한 시기 영국(1918년)과 프랑스(1946년)에서도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프랑스 인권선언문이 발표된지 150여년이 훌쩍 지나서였다.

그로부터 100여년 후 또 한번의 역사가 시작됐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주요 정당에서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온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다.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깔끔한 순백색 정장을 입고 나타난 클린턴을 두고 현지 언론들은 "미국 여성주의 운동 100년의 역사를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수백년 전 흰옷을 맞춰입고 거리 운동에 나섰던 여성 인권운동가들을 떠올린 것이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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