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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히잡 벗기는 프랑스 vs 톨레랑스의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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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캐나다 왕립 기마경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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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는 해변에서 스카프도 쓰지 못하게 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150년 된 유니폼 규정을 바꾸고….

각각 프랑스와 캐나다 이야기다.

프랑스 일부 도시에서 잇따라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 ‘부르키니’를 해변에서 입지 못하도록 하면서 논란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르키니 수영복이 아닌 서양 여성도 두르는 스카프 형태의 히잡을 해변에서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이 부과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이들과 함께 프랑스 칸 해변의 모래사장에 앉아있던 34살 시암은 “해수욕을 할 뜻이 없었고 발만 적시고자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경찰은 히잡을 강제로 벗겨냈고 벌금도 부과했다. 시암은 그대로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오늘 우리가 해변에 갈 수 없다면 내일은 거리를 걷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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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 해변에서 지난 16일 경찰이 무슬림 여성 시암에게 히잡 탈의를 명령하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에 이어 지난달 니스 등 프랑스에서는 최근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추종하는 세력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당국은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해변에서 부르키니 착용 금지와 같은 일시적이고 예방 효과가 불분명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답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 도시는 20곳에 이른다.

캐나다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2일 “개인의 권리와 선택에 대한 존중이 공론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우리는 톨레랑스(관용)을 넘어서야 한다”며 부르키니 착용 금지를 반대했다.

이 같은 총리의 발언이 영향을 끼친 것인지, 24일 캐나다 공공안전부는 1873년 설립된 왕립 기마경찰대 소속 경관이 히잡을 착용할 수 있도록 복제 규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공공안전부는 “캐나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성을 반영하고 무슬림 여성들이 더 많이 경찰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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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왕립 기마경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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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경찰대는 소속 경찰이 총 2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20%인 약 4000명이 여성이다. 무슬림 여성 경찰 지원자의 히잡 착용 허용 요구가 제기된 상태는 아니지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허용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특히 기마경찰대는 19세기 창설 당시의 복제를 따라 빨간색 코트와 가죽 부츠, 넓은 챙모자 등 엄격한 유니폼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더 화제가 됐다. 앞서 1990년에는 시크교를 믿는 기마대원이 소송을 제기해 머리에 터번 착용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꾼 전례도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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