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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저녁있는삶' 뜬다…외식업계 '김영란법' 생존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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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가정용 주류 시장 활성화 기대…업계 간 전략 변화 불가피]

머니투데이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헌법소원 심판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다음날인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에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2016.7.29/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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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 판결과 관련, 각 업계의 셈법이 분주한 가운데 반사이익을 점치는 업종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각종 접대, 회식자리가 줄면서 가족과의 여가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에 대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한도를 넘는 접대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1인당 식사비 3만원은 삼겹살 2인분에 소주 1병만 마셔도 모자란 금액이다. 고급식당이 아니더라도 자칫 한도를 초과해 구설수에 오를 것을 우려해 저녁 식사자리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주말 골프 약속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 '저녁 있는 삶',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가족들과 방문하기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3만원 미만 '가성비' 높은 외식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의 경우 점심은 2만1900원, 저녁과 주말 식사비가 2만9700원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한식뷔페 역시 1인당 이용료가 최대 2만4900원이다. 이들의 타깃은 대부분 2040 여성이나, 가족단위 고객이다.

빕스는 최근 김영란법과 무관한 20~25세를 대상으로 '청춘 테마파크'라는 마케팅도 시작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내수 경기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3만원대 이하 외식시장이 살아나면 오히려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패밀리 레스토랑은 여성과 가족이 주 고객층이어서 김영란법으로 피해를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고급 식당들은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춘 메뉴를 선보인다. 남도한정식 '해우리'는 김영란법에 맞춰 1인당 2만9000원인 저녁 메뉴를 새로 내놨다. 기존 최저가격은 3만6000원이었다.

단체 회식 자리가 줄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혼술', '혼밥' 추세도 강화될 전망이다. 또 주류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업소용 시장이 침체돼 맥주, 소주, 위스키 등 주류업체들의 점유율 변동이나, 전략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혼술' 추세가 강화되면 가장 쾌재를 부를 것은 수입맥주다. 개인 구매율이 높은 대형마트의 맥주 매출 중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40%를 넘어섰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맥주 회사들은 다양한 수입맥주를 갖추는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소용 주류 시장 축소에 따른 주류업계의 전략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가정용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롯데주류는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빠르게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클라우드' 맥주의 경우 업소용 비중이 10%에 불과해, 가정용 시장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최근 출시한 '클라우드' 후속작, '클라우드 마일드'는 아예 가정용 제품으로만 선보였고, 탄산주 '순하리 소다톡'은 가정에서 분리수거 할 때 편리하도록 유리병이 아닌 페트병에 담았다.

외식이 줄고 집에서 저녁을 먹는 가정이 증가해 간편가정식(HMR)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간편가정식 시장 성장에 일찌감치 대비해온 이마트 '피코크', CJ제일제당 '비비고' 등은 김영란법이 성장에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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