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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뜨거운 감자 카드 소액결제①] 만원 이하 결제는 역마진…소액결제에 우는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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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요구

소액결제 거부권 도입 주장

소비자는 도입에 부정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1000원짜리 라이터도 카드로 긁는데 솔직히 막을 도리가 없어요. 이왕이면 현금으로 줄 수 있냐고 한 번 물어보는 게 다예요. 주변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데 소문이 나쁘게 날까봐 걱정도 되고요.”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53)씨는 소액 카드결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카드 이용액의 소액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카드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 모두 소액결제 증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선뜻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공과금을 제외한 전체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3만9973만원으로, 분기별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 4만원을 밑돌았다.

체크카드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5.1% 감소해 2만1648원에 그쳤다.

NH농협카드의 1분기 체크카드 승인실적을 보면 5만원 미만 소액결제가 전체 승인건수의 90.3%를 차지한다. 1만원 이하도 49.5%에 달한다.

이 같은 소액 카드결제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꺼운 지갑 대신 카드 한 장만 있으면 되니 카드가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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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드사들은 소액결제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결제금액이 낮을수록 밴(VAN)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1만원 이하 결제는 카드사에 역마진을 발생시킨다.

카드사는 가맹점에서 받은 수수료 수익으로 밴사에 결제 건당 평균 100∼120원을 지불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5000원짜리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 가맹점으로부터 105원(작년 평균 수수료율 2.1% 적용)을 받는데, 밴 수수료가 110원이면 카드사가 손해를 보는 셈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카드 결제금액의 소액화가 달갑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1만원 이하 결제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는 결제액의 2.5% 정도로 영세 가맹점에는 큰 부담이다. 현금으로 팔면 내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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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의 밴 수수료 지출 현황. 카드사들이 결제 건별로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익에서 밴 수수료로 쓰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자료=한국은행 ‘최근의 지급카드 이용현황 및 주요 과제’ 보고서]


때문에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소액 카드결제 거부를 아예 제도화했다. 미국의 경우 10달러 이하 카드결제를 가맹점이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8년 도입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통해 소액 카드결제 거부를 막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결제를 거절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원 투명화를 위해 도입한 법이지만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소비자 대상 사업자를 카드 가맹점으로 가입시키고 정부가 나서서 카드결제를 의무화한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의무수납제를 손질해 카드사와 영세가맹점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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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 의무화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했다. ‘카드 결제시 부가세 10%를 더 내야한다’는 등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소액결제를 아예 거부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실시한 지급수단 이용행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 거부를 경험한 경우는 응답자의 4.3%였다. 카드 결제시 추가 금액 요구 등 수수료 전가를 겪었다는 응답자는 8.0%나 됐다.

하지만 소액 카드결제 거부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 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세상인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라도 줄여주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영세 상점과 택시 종사자를 대상으로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에 대해서는 가맹점수수료를 면제하도록 하는 여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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