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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가톨릭 테러’에 교황 “말도 안 되는 폭력 사태에 쇼크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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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테러가 일어난 성 스테파노 성당. [사진 루앙교구 홈페이지]




“주님, 자비로운 아버지여. 자크 아멜(84) 신부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소서. 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평안을 주소서.”

입으로는 자비와 안식을 외쳤지만, 머릿속은 무척 복잡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폭력(absurd violence) 사태를 성직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테러는 모든 사람의 평화를 기도하는 성당 내부에서, 그것도 미사 중간에 벌어졌다.

전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80)의 이야기다. 교황청 대변인실 공식 홈페이지와 바티칸 공식 언론 ‘NEWS.VA’ 등은 이번 ‘파리 성당 테러’에 대한 교황의 반응을 ‘어처구니 없는 폭력에 대한 쇼크와 공포’ ‘모든 종류의 증오에 대한 급진적인 비난’ 등의 단어를 써가며 전했다.

BBCㆍ데일리메일ㆍAP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아멜 신부는 지난 26일 오전 9시 45분쯤(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센 마리팀도(道)의 셍테티엔 뒤 루브래의 ‘성 스테파노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중이었다. 성당 뒷문으로 급습한 테러범들은 아멜 신부와 수녀 2명, 신도 2명 등 5명을 인질로 잡았다. 현장에서 미사에 참석 중이던 다른 수녀는 간신히 탈출해 경보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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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피해자인 자크 아멜 신부. [사진 루앙교구 홈페이지]




테러범들은 제단(미사를 진행하는 단상)에 올라 미사를 집전하는 아멜 신부의 무릎을 꿇리려 했다. 아멜 신부는 저항했고, 테러범들은 힘으로 80대 노신부를 제압했다. 이후 아랍어로 자신들만의 의식을 진행한 뒤 아멜 신부의 목에 칼을 그어 그를 살해했다. 프랑스 BFM TV는 목격자인 수녀의 말을 인용 “테러범들이 신부를 살해하는 과정을 녹화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장에 있던 신도 1명도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맞고 크게 다쳐 병원에 후송된 상태다.

경찰 조사결과 테러범 중 1명은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아델(19)’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시리아에 가서 IS에 가입하려 했으나, 터키 국경에서 돌아왔다. 다른 한 명은 17세 소년으로 아델의 친구나 친척으로 추정된다. 이들 테러범들은 범행 후 성당에서 나오면서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r)”라는 말을 외쳤지만, 그 즉시 프랑스 조직폭력수사팀(BRI) 경찰관이 쏜 총알에 맞아 사살됐다.

아멜 신부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프랑스 전역은 물론 전 세계는 분노로 들끓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테러는 가톨릭뿐 아니라 국민 모두와 관련된 문제로, 모든 수단을 써서 IS와 전쟁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 역시 “이 사건은 가톨릭 공동체와 프랑스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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