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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SNS 점쟁이'가 그랬어, 나 중년에 떼돈 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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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퍼지는 '점쟁이형 콘텐츠']

'당신의 전생은?' '연애운은?'

이름·얼굴 분석해 무작위 답변… 원하는 결과 나오면 공유해 게시

"자신에 대한 궁금증 풀고 싶은 젊은 세대의 불안감 반영돼"

조선일보

뮤셰어가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분석 서비스. /뮤셰어 캡처


"당신의 관상(觀相)을 봐 드립니다." 페이스북(Facebook)에 철학관이 등장했다. 한 국내업체가 제공하는 '봉봉(vonvon) 철학관'은 페이스북에 등록된 사진만 있으면 즉석에서 관상을 봐준다. 복채(卜債)도 필요 없고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그만. 하지만, 눈·코·입 얼굴 부위마다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연애운·결혼운·금전운까지 알려줘 심심풀이로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 직장인 김민지(여·30)씨는 '중년에 상상도 못 할 큰돈을 번다'는 분석에 흡족해하는 경우. 그는 "10초 안팎에 결과를 볼 수 있어 간편하고 결과도 만족스러워 '페친'(페이스북 친구)에게 자랑하려고 '결과 공유하기'를 눌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등장한 점쟁이 콘텐츠들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SNS에 '당신의 전생 직업은' '당신의 다음 키스는 언제' 등과 같은 '점쟁이형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바이러스(virus)처럼 SNS를 타고 돌아다닌다고 '바이럴(viral) 콘텐츠'로도 불리는 이들 프로그램은 미리 입력된 답변을 랜덤(무작위 방식)으로 제시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외의 결과를 기다리는 몇 초 동안의 설렘을 즐긴다. 작년 하반기 유행했던 '신이 나를 만들 때'처럼 '유머 감각 1스푼, 자존심 5스푼…' 식의 황당한 결과도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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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나를 만들 때’ 시리즈. 이름 입력란에 임의로 배우 마동석을 기입하고 ‘시작하기’를 누른 뒤 나온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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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 콘텐츠는 보통 10초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어 이른바 '스낵 컬처(snack culture·간식처럼 즐기는 문화)'의 정수(精髓)로 통한다. 봉봉 김종화 대표는 "SNS에서 사용자가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4분 내외"라며 "개당 소비 시간이 짧아야 여러 콘텐츠를 접하게 되고, 게시물 공유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이들 바이럴 콘텐츠엔 국경(國境)도 없다. 독일의 '네임테스트(nametests)'는 '당신의 스토리'란 한국어판 콘텐츠에 이어 스페인어판(Cuál es tu historia), 영어판(What's your story), 일본어판(あなただけの物語とは) 등 45개 언어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산인 '신이 나를 만들 때'도 작년 6월 출시 후 15개 언어로 번역돼 국내서 2000만명, 중국·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1억5000만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바이럴 콘텐츠 이용자 수 상위권에 올라 있는 '당신은 동화 속에서 누군가요', '당신은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요' 등도 해외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다.

◇SNS 시대의 불안감 반영

최근 유행하는 바이럴 콘텐츠는 '용한 점쟁이'에 비유되기도 한다. 굳이 과학적일 필요는 없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그럴싸하면서 원했던 답변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심리 테스트형 콘텐츠의 경우 'MBTI' 같은 성격유형 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직장인 김우준(27)씨는 "페이스북을 하다가 재미로 네임테스트에서 만든 '당신이 감추는 것과 보여주는 것'이란 성격테스트를 했는데 외강내유(外剛內柔)한 내 모습과 일치해 놀랐다"며 "게시물을 공유하니 '신기하다'는 친구들 댓글이 많이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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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이 서비스 홍보를 위해 방송인 신동엽의 사진으로 ‘당신의 관상을 봐 드립니다’를 실행시킨 뒤 보여주는 분석결과.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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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이면 관상, 전생 알아보기 등의 콘텐츠가 SNS에서 유행하는 것일까. 겉으로는 '재미로 하는 것'이라면서도 실제 마음속에선 마치 복권을 살 때처럼 '내용이 맞았으면' 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다른 곳에선 자기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는 젊은 세대의 '불안감'이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며 "이들 콘텐츠는 심리테스트나 통계를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비과학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연히 접한 콘텐츠가 많이 '공유'되려면 사용자의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게 해놓은 것도 이들 콘텐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기가 원하는 '자아상'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SNS를 떠돌고 있다는 말로도 들렸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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