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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전에 올린 인터넷 게시물, 법 바뀌었으니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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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개정 모르고 내버려둔 게시물, 경찰 수사에 재판까지 가

-법원 “개정 몰랐다고 해도 지우지 않았으면 무죄 자체는 아냐”

-전문가 “일반인이 그동안 쓴 게시물 어떻게 다 관리하나 의문”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법이 바뀌기 전에 올렸던 인터넷 게시물도 처벌 대상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올린 게시물도 지우지 않고 계속 게시하면 유죄라는 결정이 나오면서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김모(47) 씨는 인터넷에 올린 판매 글 때문에 오랫동안 시달려야 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인터넷 중고 장터 게시판에 평소 쓰지 않던 공기총 한 정을 35만원에 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막상 공기총을 산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김 씨는 판매를 포기했다. 올려뒀던 게시물도 다른 이용자들이 새로 올리는 판매 글 속에 잊혔다. 김 씨는 해당 게시물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6일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판매업자가 아닌 김 씨가 인터넷을 이용해 공기총을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다. 김 씨가 올린 게시물도 법률 개정과 함께 지난 1월 불법이 됐다.

김 씨는 해당 법이 개정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평범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나 경찰이 해당 게시물을 지난 4월에 발견해 수사에 나서면서 김 씨도 경찰서에 불려가야 했다.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까지 받은 끝에 김 씨는 기소 의견으로 결국 재판장까지 가야만 했다.

헤럴드경제

[사진]법 개정 이전에 올린 게시물이 법 개정후 위법으로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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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재판에서 “해당 법률이 바뀐 지도 몰랐고, 올렸을 당시에는 법이 시행되기도 전이라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수사 얘기를 들었을 때, 해당 게시물을 올린 줄도 잊고 있었다”며 “수사와 재판 때문에 오히려 피해만 보고 있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벌금형 대신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허미숙 판사)은 지난 2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회사원인 김 씨가 법이 개정돼 2016년부터 공기총을 인터넷 중고 장터에 올리면 안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며 “평소 법을 잘 준수한 것을 감안했다“고 선고유예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씨의 행동이 무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예전에 올린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게시해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김 씨의 사례처럼 게시물을 지우지 않은 것만으로도 유죄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전 게시물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한 판결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런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면 포털에서 게시물에 시한제를 둬야 할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일반인들이 법이 언제 개정될 줄 알고 자신이 올렸던 게시물을 다 관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죄 취지로 판결이 나온 것 자체가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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