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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재산 줄 테니 보러와라"…효도 계약서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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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해주면서 이른바 효도 계약서라는 것을 쓰는 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들에게서 자주 찾아오는 등 효도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건데요, 오늘(23일) 경제 돋보기에선 이 효도 계약서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용태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말 대법원은 2층짜리 한옥을 물려받고는 부모를 홀대한 불효자에게 증여받은 집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증여 조건으로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겠단 각서를 받아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판결 이후에 이런 각서, 이른바 효도 계약서를 쓰겠다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재산 물려줄 테니 자식들도 최소한 이 정도는 해달라는 조건을 내거는 거죠.

가장 많이 들어가는 내용은 정기적인 방문, 즉 찾아오라는 것이었고요, 다음으로 큰 병 걸렸을 때 병원비 내라는 등의 비상시 목돈 지급, 3번째가 용돈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 이런 계약서를 쓴다는 게 씁쓸하지만, 기왕에 쓰기로 했다면 몇 가지 기억할 게 있습니다.

조건은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자주 방문한다가 아니라 매달 방문, 또는 연 5회 방문, 이런 식으로 써 둬야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또 용돈도 매월 50만 원처럼 금액을 딱 정해놓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땐 증여 재산을 반환한다는 문구를 꼭 넣고 자녀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얘기하면 할수록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꼭 나쁘게 볼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방효석/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변호사 : '부모를 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고, 가족 간의 관계가 오히려 나빠지기보다는 계약서를 씀으로써 더 좋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최근 효도 계약서엔 도박하지 말라거나 방탕하게 살지 말라 등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조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 영상편집 : 이재성, CG : 서승현)

[김용태 기자 ta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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