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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커버스토리] 과일 양념 문어, 김치 칵테일…이색 요리와 술 감칠맛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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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미식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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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후의 명소 와이키키 해변. [하와이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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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Hawaii)는 미국의 50번째 주다. 하지만 하와이 음식을 얘기할 때 미국의 정체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도리어 19세기부터 하와이로 건너온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 문화를 이해하는 편이 낫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은 바다와 산에서 거둔 온갖 재료를 다채롭게 변주해 먹었다. 하와이 음식을 대변하는 ‘환태평양 요리’도 결국 이주민이 먹던 음식이 발전한 것이다. 지난달 9∼15일 하와이 오아후(Oahu) 섬 구석구석을 누비며 무지개처럼 화려한 하와이 음식을 맛봤다. 럭셔리 호텔에서 맛본 바닷가재 요리는 물론이고 편의점에서 파는 2달러짜리 스팸 무수비도 비범한 맛을 뽐냈다.

이주노동자가 발전시킨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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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양파 등 채소를 얹고 고추·과일 양념으로 맛을 낸 문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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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 Da Mout(‘Broke my mouth’의 하와이 사투리. 아주 맛있다는 뜻).”

오아후 섬 남부 호놀룰루시 서프잭(Surfjack) 호텔의 레스토랑 ‘마히나 앤 선스(Mahina&Sun‘s)’. 종업원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잘 익힌 문어에 각종 채소를 얹고 고추·과일 양념으로 맛을 낸 요리를 내놓으면서였다. 한입 먹어보니 다양한 맛이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맵다가 짜더니, 다시 달콤한 맛이 돌았다. 하와이에서 먹은 음식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하와이의 음식 역사는 호주와 마찬가지로 이민사와 궤를 같이한다. 현재 하와이 인구 140만 명 중 절반이 이민자다. 이주민이 대거 몰려든 건 19세기부터였다. 당시 하와이에 정착한 백인은 사탕수수·파인애플 농장을 열었다. 이어 일본·필리핀·중국·베트남·한국 등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하와이 농장에 모여들었다. 일본 이주민은 간장, 한국 이주민은 고추장, 필리핀 이주민은 과일 양념을 챙겨왔고 갈비·우동·김치 같은 전통 음식도 가져왔다. 이른바 ‘하와이 환태평양 요리(Hawaii Pacific Rim Cuisine)’가 이때부터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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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쌀밥·감자튀김이어우러진 돼지고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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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나 작은 식당에서 약 5달러에 파는 ‘플레이트 런치(Plate Lunch)’가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음식이다. 동그란 접시에 흰 쌀밥 두 덩어리를 담고, 유럽식 샐러드와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치킨 또는 간장을 발라 구운 일본식 갈비가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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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밥·김으로 만든 주먹밥 ‘스팸 무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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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햄 스팸(Spam)도 밥·김·간장 등과 어우러지면 ‘하와이의 맛’으로 재탄생한다. 주먹밥의 일종인 ‘스팸 무수비(Spam Musubi)’다.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함과 고소함, 담백함이 시간을 두고 입안에서 맴돈다. 편의점에서 2달러, 스팸 무수비 전문점에서 약 4달러에 판다. 쌀밥에 햄버거 스테이크를 얹고 조개 소스를 뿌린 뒤 다시 계란을 얹은 ‘로코모코(Loco moco)’도 아시아와 유럽의 맛이 포개진 음식이다.

하와이식 퓨전 요리는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마다 10월에 개최하는 하와이 푸드& 와인 페스티벌도 세계적인 음식 축제로 인정받는다. 오아후 관광청의 크리슬린 하시모토(Krislyn Hashimoto) 부사장은 “하와이는 휴양지를 넘어 세계 최고의 요리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시세끼 퓨전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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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가 들어간 새우 요리 ‘쉬림프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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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선 아침식사도 퓨전 요리로 즐긴다. 지난달 10일 오전 8시, 모던 호놀룰루 (Modern Honolulu) 호텔 1층 식당에는 흔히 보던 조식 뷔페가 없었다. 대신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메뉴에는 아침용 퓨전 요리 10여 가지가 있었다. 감자를 잘게 썰어 튀기고 계란·생크림 등을 섞어 부침개처럼 구운 ‘해시(Hash)’, 토마토에 생크림 소스, 버섯과 매운 고추를 곁들인 ‘랩(Wrap)’이 인기였다.

지난 5월 문을 연 포시즌스 리조트 오아후 앳 코올리나의 지하 1층 ‘라히키(Lahiki)’ 레스토랑은 최근 떠오르는 맛집이다. 특히 한국·일본식 간장을 주 양념으로 한 바닷가재 요리가 유명하다. 여기에 과일 양념이나 고추·올리브 오일을 섞는다. 조금 짜긴 했지만 올리브 오일과 과일 양념 때문인지 뒷맛이 고소하고 감칠맛이 났다. 라히키는 단품 요리도 30달러가 넘을 정도로 다소 비싸지만 평일 저녁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렵다고 한다.

차이나타운은 전세계 어느 도시에나 있지만 하와이의 차이나타운은 달랐다. 호놀룰루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레스토랑 ‘피그 앤 레이디(The Pig & Lady)’는 현지인이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이다. 베트남 향신료를 기본으로 한 국수, 땅콩·간장·고추 등을 버무려 튀긴 치킨이 대표 요리다. 가격은 1인 10달러 선. 주방장 알렉스 레(Alex Le)는 “적어도 세 가지 맛을 한 번에 내는 퓨전 요리를 30가지 이상 만든다”고 말했다.

하와이에서는 디저트와 술도 국적이 다채롭다. 도넛의 일종인 전통 간식 ‘말라사다(Malasada)’는 포르투갈, 과일을 섞어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 ‘비아 젤라또(Via Gelato)’는 이탈리아가 원조다. 모두 여행객이 꼭 찾아서 먹는 디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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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에 김치를 넣어 만든 칵테일 ‘블러디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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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포드 키친(Monkeypod Kitchen) ’레스토랑에서 맛본 퓨전 칵테일 ‘블러디 메리(Bloody Mary)’는 가장 인상적인 하와이 맛이었다. 보드카에 김치를 썰어 넣은 다소 엽기적인 칵테일이다. 달콤한 보드카가 입안으로 흘러들더니 이내 시원한 김치가 오물오물 씹혔는데 의외로 맛이 조화로웠다. 김치 종주국 한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아니 상상도 못했던 낯설지만 친숙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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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하와이는 한국보다 19시간 느리다. 7∼8월 최고 기온은 30도를 넘지만, 최저 기온은 21∼23도로 선선한 편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하와이안항공이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운항한다. 마우이·빅아일랜드(하와이 아일랜드) 등 하와이의 여러 섬을 여행할 계획이면 하와이안항공이 제일 저렴하다. 오아후에서는 와이키키 지역에 숙소를 잡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와이키키 숙소 중에서‘와이키키 마리나 리조트 앳 더 일리카이’를 추천한다. 하와이 관광청 홈페이지(gohawaii.com/kr) 참조.

글·사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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