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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좀 팔린다고' 너도나도 래시가드… 아웃도어 전철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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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느끼게 하는 아웃도어&래시가드 열풍

기능성 못 갖춘 채 이름만 래시가드 제품도 많아

뉴스1

BYC 스콜피오 스포츠 래시가드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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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올 여름 '래시가드' 바람이 불고 있다.

래시가드는 수상 스포츠를 즐길 때 햇빛에 의한 화상이나 발진을 막아주는 옷으로 전신을 덮는 형태가 특징이다. 최근엔 스타 마케팅과 더불어 체형보정 기능을 강조해 여성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에 패션의류 업체들은 래시가드 컬렉션 및 라인을 출시하며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아웃도어 시장이 팽창할 때 너나 할 것 없이 등산복을 출시하던 몇 년 전을 떠오르게 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스포츠‧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는 물론 골프웨어 및 여성복, 심지어 속옷 브랜드까지 래시가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너도나도 따라가는 트렌드가 반복되자 업계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웃도어 열풍 때처럼 폭발적 성장

래시가드 시장은 2014년 300억원대에서 지난해 약 1000억원으로 3배 커졌다. 최근엔 CJ오쇼핑이 래시가드 브랜드 스켈리도 제품을 두 차례 방송 만에 1만7000여 세트나 판매해 총 15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기도 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체형 보정 기능성을 갖춘 여성용 래시가드가 올 여름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며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 구매고객도 늘어 아동용 래시가드에 대한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블랙야크'(신세경) 영원무역 '노스페이스'(강소라) 'K2'(걸그룹 피에스타) '아이더' '밀레' '마모트'(소지섭) 세정 '센터폴'(공승연) 등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들은 스타 모델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 소녀시대 유리, 배우 이태임, 이하늬 등의 수많은 여성 스타들이 협찬 등으로 래시가드를 입고 몸매를 뽐내면서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올해 여름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이랜드 '스파오' 신상통산 '탑텐' 등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들도 래시가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스포츠 브랜드 '헤드'도 동참했다.

골프웨어와 속옷 브랜드도 시장에 편승하기 위해 래시가드 제품을 내놓았다. 골프웨어 '와이드앵글'은 지난해 커플 래시가드 룩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도 필드 겸용 래시가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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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로즈 전속모델 손담비가 꽃무늬 래쉬가드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패션그룹형지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는 손담비를 전속모델로 기용한 애슬레저 라인에서 래시가드를 내놓았고 속옷 브랜드 BYC의 '스콜피오 스포츠'도 래시가드 8종을 출시했다. 속옷전문 브랜드 좋은사람들의 '섹시쿠키'는 래시가드 전용 스포츠브라를 출시했다.

◇물에 흥건히 젖어도 이름은 래시가드?

패션 업체들이 너도나도 래시가드에 숟가락을 얹자 일각에서는 아웃도어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래시가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능성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일단 출시하고 보자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래시가드 제품이라면 응당 갖추고 있어야할 속건성 및 자외선 차단 기능능이 없는데 레시가드라고 이름 붙여 판매되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래시가드 전문 브랜드와 수영복 브랜드들은 조용하다. '배럴' 등 래시가드 전문 브랜드는 열풍의 단초를 마련하고도 우후죽순 출시된 래시가드 제품들에 밀려나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 정도다.

배럴 관계자는 "2014년엔 민효린, 2015년엔 고준희를 '배럴걸' 모델로 선정해 래시가드를 국내에 알리는데 역할을 했다"며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서핑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또 전문 서퍼들 사이에서는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업체들은 래시가드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없이 덩치만 키웠다간 거품 빠진 아웃도어 시장에서처럼 실적악화는 물론 소비자의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

아웃도어 시장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30% 성장률을 달성하며 7조2000억원 규모까지 팽창했다가 2014년 이후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더니 지난해에는 대부분 아웃도어 업체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들조차 실적이 뒷걸음하는 속에서 활황을 틈타 뛰어들었던 업체들은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결과 형지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앞서 LS네트웍스의 아웃도어 브랜드 잭울프스킨도 사업 중단 결정에 올해부터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살로몬'을, 금강제화와 휠라코리아도 각각 '헨리헨슨' '휠라아웃도어'의 사업을 중단했다.

◇아웃도어 → 골프웨어 → 래시가드… 다음은?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조금 잘 될 조짐만 보이면 고민 없이 우르르 몰려간 뒤 이를 트렌드라고 한다"며 "그 결과 래시가드에 특화된 전문 업체들이 오히려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침체에 빠진 아웃도어를 대체하기 위해 골프웨어를 내세웠다가 이번엔 래시가드를 밀고 있는 것"이라며 "패션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랜드별 가격 편차가 큰 편인데다 소비자 취향도 제각각이어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 선택권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
idea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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