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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공공의 적` 몰린 영국…캐머런 `최후의 만찬`서 EU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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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 / 첫 EU정상회의 '기싸움'…험난한 브렉시트 예고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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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제외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은 29일(현지시간) 정상회의를 열고 영국에 예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지난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처음 열린 27개국 정상회의에서 지도자들은 영국이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EU라는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 권한도 가질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영국을 뺀 27개 회원국 정상들만 모여 회의를 한 것은 4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원국 지도자들은 오늘 (영국이)단일시장 접근권을 얻으려면 이동의 자유를 포함해 4가지 자유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4가지 자유란 물품, 사람, 자본,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뜻한다. 그는 이어 "원하는 것만 따로 골라 선택한다면 단일시장 접근권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등 EU 탈퇴 캠페인을 주도한 세력들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은 유지하면서 이민자 유입은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이 같은 영국의 '희망사항'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가' 방침을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이 새 정부를 구성하는 대로 탈퇴 신청을 하고, 기한이 2년으로 제한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새 총리가 결정되는)9월 초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영국이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하기 원한다면 다른 것에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7개국 정상들은 현시점에서 영국에 '숨 쉴 틈'을 줘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했지만 영국이 EU 탈퇴 절차를 시작하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투스크 의장은 다만 "이번 회동은 첫 번째 의견교환이었기 때문에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전제하면서 "9월 16일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만나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야만 공식 탈퇴 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는데 당사자인 영국이 이를 미루고 있어 27개국 정상들이 당장 내놓을 수 있는 결론이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 회원국의 EU 탈퇴에 관한 규정·절차를 담은 조항으로, 영국이 발동해야만 EU 탈퇴 협상을 공식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영국 하원 총리 질의에서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더라도 새로 취임한 총리가 파트너들(EU국가들)과 논의하는 것까지 배제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공식 협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지만 27개국 정상들이 협상 가능성을 공식 차단하고 나서면서 차기 총리 취임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캐머런 총리와 27개국 정상들은 전날 열린 정상회의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작별했다. 캐머런 총리는 총리로는 마지막으로 참석한 EU 정상회의 만찬에서 "(영국 EU 잔류를 위한) 국민투표의 패배는 EU가 이민자를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브렉시트의 책임이 EU에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U 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전에는 공식·비공식 협상은 없다"고 맞서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동안 "영국에 시간을 줘야 한다"며 EU 정상들 가운데 유일하게 영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메르켈 총리도 강경 노선으로 전환하며 영국을 압박했다.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결혼이든 이혼이든 어느 한쪽이지 그 중간은 없다"고 영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EU 정상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메르켈 총리도 반(反)EU 정서를 업은 극우 세력이 국내에서 지지율을 높이고 있는 것을 의식해 강경론을 펼쳤지만 여전히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촉발된 정치·경제적 충격에 영국 정치인들이 자극을 받아 비현실적인 기대를 접고 결정을 되돌리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 <용어 설명>

▷ 리스본 조약 50조 : EU 회원국의 EU 탈퇴에 관한 규정과 절차 등을 담은 조약. EU 탈퇴를 원하는 국가는 반드시 유럽의회에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선언해야 탈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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