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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르메니아 방문 교황 '인종학살' 발언 싸고 터키-교황청 공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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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매우 유감…십자군적 사고방식" vs 교황청 "터키에 불리한 어떤 말도 하지 않아"

교황, 터키 인접 국경 방문해 공존 주문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좌)과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수장인 카레킨2세 [EPA=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아르메니아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915년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을 계획된 '인종학살'이라고 발언한 뒤 터키가 반발하고 교황청이 반박에 나서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누레틴 카니클리 터키 부총리는 25일 교황의 발언이 "극히 유감스럽다"며 "이는 십자군적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터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년 4월 바티칸에서 열린 아르메니아 참사 100주년 기념 미사에서 1915년부터 몇 년 간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다수를 숨지게 한 사건을 '20세기의 첫 인종학살'이라고 언급하자 바티칸 대사를 10개월 동안 터키로 불러들이는 등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매사에 솔직하고, 단호한 교황은 그러나 아르메니아에 도착한 첫날부터 거침없이 '인종학살'이라는 일종의 금기어를 사용하며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행위를 비판했다.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대규모로 살해한 사건을 학살로 규정하는 문제와 희생자 수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교황청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카니클리 터키 부총리의 비난에 대해 "교황은 대화 정신과 평화 구축, 벽이 아닌 다리의 건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지 십자군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황은 터키 국민들에게 불리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그러면서 터키에게서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항의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메니아에서의 사흘 간의 방문 일정 마지막 날인 26일 에치미아진의 사도 교회를 방문, 사도 교회 수장인 카레킨 2세와 함께 야외 미사에 참여해 종교 간 화합을 강조했다.

교황은 "화합은 상호 복종적이거나 어느 한쪽이 한쪽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각자에게 주신 선물 그대로는 수용하는 것이 되야 한다"며 "나와 가톨릭 교회, 완전한 화합으로 가는 길을 축복해달라"고 카레킨 2세에게 주문했다.

아르메니아는 301년 기독교를 세계 최초로 국교로 공인했으나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는 5세기경 예수의 신성 문제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 끝에 가톨릭과 결별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와 가톨릭은 지금도 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교황은 미사 후에는 터키 국경 부근에 있는 아르메니아 성지 중 한 곳인 코르 비라프 수도원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하늘로 날리며 아르메니아와 터키-아제르바이잔 간 반목 해소와 평화 정착을 주문했다. 이 수도원은 구약 성서의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가 끝난 후 도착했다고 알려진 아라라트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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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수장 (에치미아진<아르메니아>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아르메니아에서의 사흘 간의 방문 일정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간) 에치미아진의 사도 교회를 방문, 사도 교회 수장인 카레킨 2세와 함께 야외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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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기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평화 기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예레반<아르메니아> EPA=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아르메니아에서의 사흘 간의 방문 일정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간) 사도 교회 수장인 카레킨 2세와 함께 터키 국경 부근에 있는 아르메니아 성지 중 한 곳인 코르 비라프 수도원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다. 이 수도원은 구약 성서의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가 끝난 후 도착했다고 알려진 아라라트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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