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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브렉시트 ‘영국 혼돈’]회원국들 “빨리 나가라”…탈퇴 협상 10년 끌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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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43조원 정산·새 FTA 체결 등 ‘첩첩산중’

영국, EU 탈퇴까지 남은 절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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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27개국은 영국의 탈퇴 협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길 바란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지도자들과 만난 뒤 “영국의 EU 탈퇴는 매우 유감이지만 즉각적으로 탈퇴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과 EU는 리스본 조약에 따라 향후 2년에 걸쳐 ‘이혼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다른 27개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실제로는 이 기간이 10년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에 따라 유럽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전달하면 EU 집행위원회와 각료이사회가 리스본 조약 50조 탈퇴 조항에 따라 영국과 협상을 개시한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먼저 비공식 협의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 최대한 합의한 뒤에 공식적으로 50조가 발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상안은 2년 안에 마무리짓고 유럽의회 승인을 얻은 후 EU 회원국들이 각료이사회에서 가중다수결로 통과시켜야 발효된다. 유럽이사회는 ‘역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하고(인구 기준), 28개국 중 16개국 이상 찬성하면(국가 기준)’ 가결되는 가중다수결 제도를 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원국들이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합의를 거부, 협상이 계속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회원국들이 영국에 상당한 탈퇴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각료이사회 사무국 법률서비스실장을 지낸 장-클로드 피리스는 “협상을 마무리하기까지 5~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머지 회원국들로서는 EU 예산의 분담금 규모를 새로 정해야 하고 유럽의회 의원 수도 조정해야 하는 만큼 극도로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이 불리한 위치에 처할 경우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다른 회원국들이 모두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지난 22일 “나가면 끝이다”라며 영국과의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할 내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돈 문제가 있다. 영국은 이미 2017~2020년 EU 예산 분담금 566억파운드를 냈다. 일부는 공동 정책을 통해 돌려받았으나, 남은 돈이 263억파운드(약 43조원)나 된다. EU 출신 영국 거주민은 300만명, EU 회원국에 사는 영국인은 180만명 정도다. 이들의 거주 문제, 노동권, 가족과 결합할 권리와 이동할 권리 같은 것들을 협상해야 한다. 당분간은 현상유지를 하는 과도기적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

회원국 내 영국 기업들과 영국 내 EU 기업들의 계약권, 재판권, 투자자 권리 등을 어떻게 보장하거나 혹은 바꿀지 협상해야 한다. EU가 정한 5896개 규정과 6399개 기술 규정이 그동안 영국에도 적용됐으나 이 규정들은 영국 법전에는 없다. 이를 모두 다시 다듬어야 한다. 또 영국 법률조항의 15%는 EU 지침에 기반을 둬 만들어졌다. 이것들도 정비해야 한다.

영국은 한국을 비롯해 50여개국과 새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해야 한다. EU와 FTA를 체결한 나라들은 EU라는 거대 시장을 전제로 놓고 협상을 맺었다. 영국이 각국과 개별적으로 협정을 체결하려면 불이익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EU가 세계 각국과 맺은 조약 78개를 새로 협상해야 한다. 또 영국 정부는 경쟁정책, 통상협상, 식품안전·환경기준 등을 다룰 조직을 새로 만들어 EU가 그동안 맡아줬던 역할을 흡수해야 한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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