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요양보험 비롯해 노인 복지 제도를 잘 갖춘 모범 국가로 꼽힌다. 그러나 5년 전 NHK가 독거 노인 '고독사(孤獨死)'와 행방불명 실태를 집중 보도하자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한 해 고독사가 3만2000건, 일흔 살 이상 노인 가출 신고가 1만건에 이른다. 생활 소음에 귀 기울여 노인을 보호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할 만하다. 치매 노인에게 "약 드실 시간"이라 말해주는 로봇도 나와 있다. 날마다 차를 끓여 마시는 노인의 주전자에 센서를 달아 어느 날 주전자에 물이 끓지 않으면 자식에게 연락하기도 한다. 노인이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의 그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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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독거 노인이 10년 전 77만명에서 작년 137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야쿠르트 아줌마' 1만3000명이 매일 독거 노인 집을 찾아가 안부를 묻는다. 기업이 공짜 우유를 배달하며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래도 민간 봉사와 행정력으로는 갈수록 대처하기가 버겁다. 얼마 안 가 일본처럼 '독거 노인 살피기'가 국가적 고민이 될 것이다.
▶한국전력이 광주광역시에서 노인의 신변 이상을 알려주는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노인은 팔찌 모양 기기를 차고 집 부근 전봇대엔 센서를 달아둔다. 노인이 집에서 100~150m만 벗어나도 보호자에게 연락이 가는 시스템이다. 전기 사용량을 분석해 늦은 밤 불이 켜 있거나 아침에 전기를 쓰지 않아도 알려준다.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집이 드물고 기존 한전 시설을 쓰니 돈도 적게 든다.
▶수도·가스도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초수급자가 돈을 안 받거나 은행 거래가 없거나 과태료·세금이 밀린 기록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감시만 잘한다고 독거 노인 문제가 풀릴까. 어르신들은 남모르는 죽음보다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하는 것을 더 힘들어한다. 이웃끼리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아쉬운 일은 서로 돕는 미덕만 되살아나도 걱정이 확 줄 것이다. 혼자 사는 노인 문제를 푸는 데 가장 큰 장애는 차갑게 식어버린 인정(人情)이다.
[김태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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