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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운명의 날' 앞둔 현대상선…고비 넘기고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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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료 협상 마무리 단계…"세부 조건 협의 중"

단기 현안 해결해도 실적 우려 여전 "영업익 못내면 재무구조 또 악화"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고동욱 박초롱 기자 = 해외 선주들과 막바지 용선료 인하 협상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011200]의 운명이 이번 주 결정된다.

당장 월요일인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지는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 타진 등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회생의 깃발을 잡을 수 있다.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현대상선이 넘어야 할 고비는 많다.

무엇보다도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해운업황 개선에 따른 수익성 확보 없이는 중장기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29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교착 상태에 놓였던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최근 큰 진전을 보이면서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현대상선은 늦어도 30일까지는 협상 결과를 내놓아야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다.

현대상선의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던 영국 선박업체 조디악과 마지막으로 세부 조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디악이 용선료 인하를 수용하는 대신 보전 조건을 내걸어 양측이 막판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다나오스(13척), 조디악(6척), 이스턴퍼시픽·나비오스·캐피털십매니지먼트(각 5척)로부터 컨테이너선을 빌려 쓰고 있다. 이들 5개 선주에 지급하는 용선료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용선료 비중이 큰 조디악과의 협상이 타결되면 나머지 선주 및 벌크선주들과도 긍정적 협상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선주사 입장에서는 현대상선과의 협상이 깨지면 시장에서 훨씬 낮은 수준의 용선료로 다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어 현대상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협상 결과를 채권단에 보고하면 채권단은 이를 평가해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용선료 인하 폭은 애초 현대상선이 목표로 한 30%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용선료가 20% 인하되면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운항원가(2015년 기준)가 1천400억원 절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30% 인하 때는 2천100억원이 절감된다.

그러나 용선료 인하는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현대상선은 오는 31일과 다음 달 1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공모 회사채 채무 재조정에 성공해야 한다. 관련된 회사채 규모는 8천43억원이다.

회사채 대부분을 신협과 지역농협 등 기관이 보유하고 있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개인 비중이 높아 현대상선은 사채권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현대상선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전제 조건으로 6천84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의결했다. 채권단 출자전환이 집행되면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400% 이하로 떨어진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집회 직후인 다음 달 2일에는 서울에서 기존 G6 해운동맹 소속 해운사들과 만나 제3의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타진한다.

실무진들이 모여 G6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디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하팍로이드, NYK, MOL 등이 참여하는 만큼 따로 접촉해 해운동맹 합류 지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 가입 등 코앞에 닥친 현안들을 해결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용선료 문제가 해결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지 않아 현대상선이 이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게 가장 큰 난제"라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 어렵게 안정시킨 재무구조가 또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과 생존을 위해서는 용선료 인하 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원가 절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다양한 자구안과 유동성 확보에도 영업손실이 계속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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