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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삼성·LG, '고아라폰' 대신 '배트맨폰' 내놓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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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유명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앞세워 '스타폰' 만들기에 열을 올렸던 제조사들이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웅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변화하는 트렌드 뒤에 숨겨진 제조사들의 전략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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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폰,엑스맨폰' 내놓는 삼성, LG

삼성전자는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DC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갤럭시S7 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을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인기 모바일 게임 '인저스티스:갓스 어몽 어스'의 출시 3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제품 후면 중앙에는 골드 색상의 박쥐 문양이 들어갔으며, 배경 화면 등에도 인저스티스 테마가 적용됐다. 일명 '배트맨폰'으로 불리는 '갤럭시S7 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은 6월중 한국, 중국, 싱가포르, 중남미, 러시아 등에서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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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15년 아이언맨 캐릭터를 입힌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으로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1000대 한정판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119만 9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예약접수를 시작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매진됐다.

LG전자도 미국 할리우드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등장하는 6명의 캐릭터와 매칭한 X시리즈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 중이다. X맥스, X스타일, X마하, X캠 등 4종으로 나오는 일명 '엑스맨폰 에디션'은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징을 각각에 스마트폰에 접목 시킨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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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이트크롤러는 어두운 곳에서도 시야가 밝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꺼진 상태에서도 시간,날짜,문자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세컨드 스크린 기능이 탑재된 'X스크린'과 매칭 되는 방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에 준비중인 엑스맨폰은 영화속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스마트폰과 매칭하는 방식으로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때는 '고아라폰,연아의 햅틱' 잘 나갔는데…

삼성전자는 2005년 5월 애니콜 블루투스폰(SCH-V720,SPH-V6900)을 출시했다. 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탑재해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통화를 할 수 있었던 이 제품은, 당시 국민 여동생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탤런트 '문근영폰'으로 유명세를 탔다.

2007년에 출시한 슬림폴더 HSDPA폰(SCH-W270,SPH-W2700)은 당시 신인 탤런트였던 고아라가 광고모델로 활약했던 모델이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고아라폰'으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마케팅으로 효과를 본 삼성전자는 2009년 5월 피겨여왕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김연아를 모델로 한 '연아의 햅틱'을 출시했다. 당시 김연아의 인기는 휴대전화 흥행에 큰 영향을 끼쳤고, 삼성전자는 연아의 햅틱 출시 7개월 만에 100만대를 파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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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도 2005년 김태희폰(LG-LP5200)을 출시하며 스타마케팅에 나섰다. 음성인식 엔진인 엠보이스'를 탑재, 음성 다이얼과 메뉴 음성인식 기능을 구현한 이 제품은 문자메시지(SMS)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TTS(Text to Speech)와 33만 단어가 저장된 영한사전 기능으로 10~30대 젊은 연령층의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을 받았다.

◆'스타폰' 대신 '영웅 캐릭터폰' 내놓는 이유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최근 2~3년 동안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스타마케팅에 나서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국내 이통사인 SK텔레콤이 2015년 출시한 '루나(LUNA)' 스마트폰 모델로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을 앞세우며 '설현폰' 마케팅을 펼친 게 유일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이 유명연예인이 아닌, 영웅 캐릭터를 앞세워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북미,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제조사 휴대전화의 한국 내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마케팅하는 전략보다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웅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엑스맨을 스마트폰과 매칭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영웅 캐릭터를 선택하는 또 다른 이유로 '구설수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적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유명연예인이 음주운전,폭행,열애설 등과 관련된 스캔들 또는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곤란하다. 해외에서도 동시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이라면 더 치명적이다. 반면, 영웅 캐릭터는 실존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일이 없다.

영웅 캐릭터폰은 '시리즈'로 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제조사들의 선택에 한 몫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배트맨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던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이며, 엑스맨도 현재까지 8번째 시리즈가 나왔을 만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회성 프로모션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리즈 에디션을 출시할 수 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미국 모토로라가 2008년 내놓은 베컴폰만 보더라도 당시에는 유명연예인 또는 운동선수를 휴대전화와 매칭하는 게 전세계적인 트렌드였는데, 요즘에는 찾아 보기가 거의 어려운 거 같다"며 "제조사들이 내수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더 힘을 쏟으면서 전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게 대세인거 같다"고 말했다.

IT조선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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