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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 상하이 북한식당 "종업원 탈출, 처음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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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정상영업…"여종업원들 통제 강화로 힘들어해"

연합뉴스

상하이 푸둥의 한 북한식당(상하이=연합뉴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무슨 말씀입니까. 그런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못 알아듣겠습니다."

24일 상하이 푸둥(浦東)지역의 한 북한식당.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 안내원 2명은 최근의 북한식당 여종업원 추가 이탈소식을 묻자 미리 교육을 받은 듯 똑같은 톤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은 기자가 다가서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그런 얘기를 들려주시려고 오신 건 아니시죠"라고 되물은 뒤 "전혀 문제없이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공연을 보러 꼭 와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가 밖으로 나가자 이들도 곧 자리를 뜨는 것처럼 보였다. 관리자에게 보고하러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식당은 최근 추가 집단탈출한 여종업원들이 과거 근무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상하이 K식당의 3개 분점 중 한 곳이다.

푸둥도심 상가의 한 켠에 자리잡은 이 식당은 북한식 간판이나 문양을 제외하면 상당히 세련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식당 옆 커피숍의 한 종업원은 "점심, 저녁 때면 꽤 많은 손님이 들어오더라"며 "손님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라고 전했다. 이 종업원도 최근 북한식당에 별다른 이상한 움직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상하이 외곽 자딩(嘉定)구에 위치한 또다른 K식당 분점도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들른 식당엔 중국인 손님들만 한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 종업원은 "여기(상하이)서는 대체로 오전 11시부터 식사를 하러 오기 때문에 오후 1시만 되더라도 한산해진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도 여종업원들은 조심스럽게 최근의 집단이탈 얘기를 꺼내자 "잘 못 알아 듣겠습니다"며 대화를 이어가기를 거부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하자 곧 "안에서 사진은 못찍게 돼 있습니다"라며 막았다.

일단 겉으로는 북한식당 운영이나 여종업원들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이 견고해 보였다.

또다른 K식당 분점을 합작 투자하고 있는 한 조선족 사장은 "현재 아무런 문제없이 영업하고 있다"며 "K식당은 북한의 호텔에서 직접 파견한 직원들이어서 관리와 규율 통제가 다른 식당보다 엄격한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가 이탈한 여종업원들이 정상적으로 여권을 지니고 제3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은 통상 해외로 온 뒤로는 자기 여권을 보지도 못한다"며 "이들의 관리를 맡는 지배인이 여권을 몰수해 금고에 보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여종업원이 한때 상하이 지역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했다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북한식당으로 재배치된 직후 탈출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의 한 북한식당 투자자는 "지난달 닝보(寧波)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탈출 사건 이후 북한식당마다 여종업원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며 "거기에다 대부분 장사가 안돼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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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한 북한식당 정상영업중
상하이의 한 북한식당 정상영업중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지난 4월초 중국 닝보(寧波)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데 이어 또다시 중국 소재 한 북한식당의 20대 여자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해 제3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집단 탈출한 북한 종업원들이 과거 근무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상하이 K식당의 한 분점. 이 식당은 현재 정상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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