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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용선료 '인하' 아닌 '조정'"…현대상선, 잘못된 단어로 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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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사 양보' 논리 확산되면 현대상선 협상에 불리…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100% 이상 회수도 가능 ]

머니투데이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의 '투톱'인 김충현 현대상선 현대상선 CFO(왼쪽)와 마크 워커 밀스타인 변호사가 지난 18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열린 협상을 마치고 협상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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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료 인하가 아닙니다. 조정입니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대상선이 줘야 할 용선료를 깎아달라고 '읍소'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방적으로 선주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현대상선 측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됐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당장 용선료 비용 지출을 28% 정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절감 분의 절반을 선주들에게 주식으로 출자전환 해주고, 나머지는 분할로 상환하겠다는 보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용선료를 갂는게 아니라 지불 방식과 시점을 변경하는 것인 셈이다.

법정관리나 파산으로 현대상선에 대한 추가적인 채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유예한 용선료를 선주사가 모두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선주사들로서는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100% 넘게 회수할 수도 있다.

과거 대한해운의 경우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이 동결돼 선주들이 용선료의 3%만 회수할 수 있었다. 현대상선도 법정관리를 택할 경우 선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정안'은 결코 선주들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게 해운업계의 인식이다.

용선료 조정을 비롯해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현대상선은 최근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도 배제된 상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선사 한 곳이라도 퇴출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얼라이언스 가입 협상만 해도 결코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국적선사로 현대상선 말고도 한진해운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해운사 1곳만 살리면 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현대상선에 불리한 대목이다.

특히 '용선료 인하'라는 논리는 선주사 경영진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투자자들이 용선료 조정을 '선주사의 양보'로 받아들일 경우,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의 5대 선주 가운데 다나오스, 나비오스, CCC는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주가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시시각각 해외에 번역돼 알려지고 있다"며 "선주사들도 언론 보도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선료 협상 동향은 선주들뿐 아니라 전체 해운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해외의 대형 해운사들이 국내 해운업체들의 유동성 위기 상황을 화주들에게 알리면서 "한국 선사들에게 발주를 하면 압류당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영업을 하고 있어 화주들이 사실 여부를 국내 해운사에 확인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은 누구의 선처를 바라는 것도,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냉철한 비즈니스의 일부"라며 "일방적으로 선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여론이 형성될수록 국적선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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