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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파일] '차이나머니'의 습격…제주 찍고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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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땅 1.1% 외국인 소유

최근 몇년간 외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습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영향이 큽니다. 제주의 경우 외국인이 5억원 이상 부동산에 투자한 뒤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주는 내용의 투자이민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투자이민제 시작 이후 2013년 한 해에만 4,500억 원의 외국 자본이 제주에 몰렸습니다. 이 가운데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게 바로 '중국 자본'입니다.

지난해 기준 제주도 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1.1%에 달하는 2059만㎡입니다. 외국인 소유 면적이 1%를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인데, 국적별로 살펴보니 중국인이 914만㎡로 44.4%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5억 원 이상 콘도 등을 분양받아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한 거주자격(F-2)를 받은 외국인은 총 1,300명 가까이 되는데, 이 가운데 98% 이상이 중국인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인 투자와 관광객이 급증하다보니 제주도에는 중국인 거리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중국 건강용품 업체 바오젠 기업의 임직원 1만1천 명이 방문한 것을 기념해 제주 연동의 로데오거리가 '바오젠 거리'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중국자본의 바람이 거셉니다.

● '차이나머니' 제주 찍고 서울로

그런데 이렇게 제주에 몰렸던 '차이나 머니'가 이젠 서울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촌과 홍대 등 중국인들이 즐겨찾는 대학가 부동산이 주요 투자 대상입니다.

중국인의 서울 토지 보유 현황만 봐도 중국 자본이 얼마나 몰려드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14년 1분기 1,686 필지였던 중국인 소유 토지는 올해 1분기 3,685 필지로 필지 기준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물론 국내 거주중인 화교들의 투자도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자본도 급증하고 있다는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입니다.

홍대가 있는 마포구의 경우 2014년 18건이던 중국인 부동산 거래 건수가 지난해 43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4월까지 13건이 거래됐습니다. 신촌 대학가가 속한 서대문구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13건이던 부동산 거래는 올해 4월까지만 14건이 거래됐습니다.

'차이나 머니'가 서울로 몰리는 이유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주 지역의 부동산 개발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그렇다보니 투자이민제라는 제주도의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서울도심 수익 부동산으로 중국 자본이 이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 '미니면세점'·'게스트하우스'…중국인 상대 영업 성황

최근 중국 자본이 가장 많이 몰린 분야는 '미니 면세점'으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 상대 상품 판매장입니다. 마포구와 서대문구 지역에 특히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을 중국 단체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만 10여 곳이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마포구의 한 상품 판매장은 200억 원의 중국 자본이 들어와 토지를 매입한 뒤 판매장을 지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하다보니 종업원들도 대부분 중국 출신들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대의 관광버스가 중국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국인들이 많이 투자하는 아이템이 바로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단독주택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 역시 대상은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들입니다. '유커'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다보니 이런 수요를 중국 자본이 흡수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 관광객들은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 말도 잘 통하고 한국 숙박업소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외국 나가서 한국인 민박집을 찾는 것과 같은 맥락인거죠.

제가 취재한 홍대 인근의 중국인 운영 게스트하우스도 중국인들로 만실이었습니다. 수요가 많다보니 중국인들의 게스트하우스 투자도 점점 늘고 있다는게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사들의 설명입니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러다간 우리나라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 특수를 중국 자본이 고스란히 회수해 가는 거 아냐?"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미 중국 자본은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영업 목적의 부동산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주거용 아파트 거래도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중개사는 서울에서 유학하는 자녀를 위해 아파트를 사 주거나 월세 임대를 위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홍대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중국인에게 아파트 5채 정도를 팔았는데, 한 중국인은 현찰로 7억 원을 싸들고와서 일일이 돈을 세다가 포기하고 은행가서 세어 왔다"는 일화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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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서방'의 해외 부동산 식탐…거침이 없다

중국 자본의 해외 부동산 매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한 컨설팅 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930억 달러, 우리돈 110조 원 규모의 중국 자본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보고서는 향후 5년간 투자 규모가 더 늘어 약 2,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호주에서는 최근 중국의 펑신 그룹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국토 전체 면적의 1%에 달하는 11만㎢를 보유하고 있는 호주 기업을 인수하려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합니다. 호주 정부의 반대로 인수 직전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질랜드 토지 정보에 따르면 올해 1~3월 거래된 주택 1만 1,955건 가운데 272건이 중국인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체 외국인 구매 건수 474건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또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밴쿠버 부동산에 투자된 차이나머니만 해도 127억 캐나다 달러, 우리돈 약 11조2,000억 원 수준으로 전체 부동산 거래액의 33%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중국 자본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이 외에도 영국, 인도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망입니다. 우리나라가 투자이민제를 시행하는 것처럼 세계 각국도 차이나머니 유치를 위한 각종 혜택을 주고 있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에 따른 자본의 해외 도피 성격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 국내 경기침체로 인한 해외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부동산 경기 활성화" VS "부동산 거품, 임대료 상승 부작용"

중국 자본의 국내 유입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적지 않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문제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백화점 쇼핑하듯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거품을 일으키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인은 "옆에 비슷한 건물이 30억에 팔렸으면 31억이나 32억 정도를 주고 살 수도 있지만 중국인들은 35억 40억 까지도 기꺼이 지불하기도 한다"며 "대륙 사람들은 좀 다른 거 같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주변 상권의 부동산 시세가 덩달아 상승할 수 밖에 없고, 고스란히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영세상인들이 밀려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겠죠.

또 난개발의 문제도 있습니다. 제주도의 경우 부동산이민제 시행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기여한 점이 있는 반면, 난개발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이민 대상 지역을 제주 전역에서 지정된 '관광지와 관광단지'로 제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 고유의 개성이 사라지고 중국 거리화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관련 정책이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한 국내 경기 활성화에만 목적이 있었다면, 이제는 이미 나타나고 있거나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고려도 필요해 보입니다.

▶ '신촌·홍대 앞'도 접수…'차이나머니'의 습격

[김흥수 기자 domd533@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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