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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뉴스 깊이보기]일본 '엔고' 공포 확산.....아베노믹스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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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2월 이후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추이 www.x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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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 공포’가 일본 경제를 휩쓸고 있다. 엔화 가치가 3일 달러당 105엔대까지 치솟으면서 주요 수출기업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주 추가 금융완화를 미룬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국이 대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익 떨어진 수출기업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올해 내내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주요 수출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엔고가 도요타자동차 등 주요 25개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6엔대에서 더 치솟지 않더라도 이들 기업의 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1조6300억엔(약 17조4559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엔화가 달러당 105엔을 유지하면 수익은 1조7500억엔(약 18조7411억원)이 줄어든다. 다행히 엔화 상승세가 꺾여 110엔대로 내려가더라도 이 기업들 수익은 지난해보다 1조1400억엔(약 12조2084억원) 감소한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110엔으로 안정돼도 일본의 7개 주요 자동차기업의 수익은 8000억엔(약 8조5673억원)이 감소한다. 도요타자동차 1개 회사만 해도 달러당 110엔일 때 4000억엔, 105엔이면 6000억엔의 수익이 날아간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를 지탱해온 수출형 대기업들의 실적이 떨어지면 일본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엔고’ 어디까지 가나

지난해 12월30일 달러당 120.6엔이던 엔화가치는 최근 급격히 올라갔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달러당 100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 도이치증권의 오니시 도모오 외환영업부장은 앞으로 석달 간 달러당 100엔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금융시장 대책을 내놓으면 일시적으로 엔고가 꺾일 수 있지만 효과가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그는 “연말에는 100엔대 벽이 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당 90엔대를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추가 완화에 나서지 않은 것도 엔고를 부추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 미국 재무부가 지난 주말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9일 미 재무부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독일 5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춰 경기를 부양,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를 위협했다는 것이다. 금융완화를 보류하고 엔고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은행을 향해 재차 견제구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2일 “지금과 같은 엔고는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시장의 동향이 경제와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엔고의 영향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치 2% 달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 금융정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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