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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Why] 집 꾸미기 유행에… 타일工 '귀하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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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값보다 비싼 인건비

사람은 적은데 일은 많아 타일공 구하기 힘들어

"타일공은 단순 인부 아냐"

기술 습득에 1년 이상… 노동량 많고 숙련도 필요

"타일 자르는 섬세한 기술, 전문 직업으로 봐야"

강원 원주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33)씨는 지난 3월 1.5평 남짓한 부엌 벽 타일을 갈려고 실내장식 업체에 시공 가격을 문의했다. 타일 값은 5만원 정도였다. 타일 전용 본드와 줄눈을 채우는 시멘트 등 부재료비와 폐기물 처리비가 15만원이었다. 그런데 인건비가 25만원이었다. 김씨는 "인부 두 사람이 와서 일을 3시간 만에 끝내고 현금으로 돈을 받아 갔다"며 "인테리어 업체 사장에게 인건비가 비싸다고 말하니 그 정도면 반품(반나절 품삯)으로 싸게 해준 편이란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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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인력 중 타일공 인건비가 고공 행진 중이다. '기술자'라고 하는 기공(技工) 일당이 25만원으로 일반 잡부 일당(10만원)의 두 배가 넘고, 벽지 도배공(17만원)이나 목공(20만원)보다도 높다. 타일 기공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는 조공(助工) 일당도 13만~14만원 수준이다. 공사 면적이 10평 이상이면 평당 4만5000~5만원을 받는다.

타일 시공 인건비가 높은 것은 일에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드발이(평평한 벽에 본드로 붙이는 방법)'나 '떠발이(울퉁불퉁한 벽에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발라 붙이는 방법)' 등 기본 기술을 제대로 익히는 데만 1년 이상 걸린다. 수평·수직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벽면이 만나는 지점에서 타일이 어긋나기 때문에 레이저 기계로 재며 타일을 정밀하게 붙인다. 접착제를 배합하는 방식도 수십 가지나 된다. 30년 경력 타일공 이승준(62)씨는 "지하에 사우나 업체가 있는 상업 건물은 습기가 벽을 타고 올라오기 때문에 벽 표면이 매끈해도 본드로 붙이면 나중에 타일이 떨어진다"며 "이런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숙련공이 대우받는다"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3가에서 타일 판매업을 하는 장모(45)씨는 "15평 바닥에 깔리는 타일 무게가 900㎏ 정도"라며 "타일 조각을 하나하나 들었다 놔야 하므로 한 번에 붙이면 되는 벽지나 장판보다 노동량도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타일 업체들은 속을 끓이기도 한다. 타일 시공을 하러 왔던 손님들이 생각보다 비싼 시공비에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서울 을지로2가의 한 타일업체 대표는 "2평짜리 화장실이 타일 값은 15만원 내외인데 인건비는 기공과 조공 합쳐서 40만원 이상 되니까 소비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타일 판매 업주는 "고된 업종이다 보니 새로 뛰어드는 사람은 적은데 일은 많아 급한 공사라도 3~4일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매번 부탁하는 을(乙)이고 타일공들이 갑 중 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타일공 전모(59)씨는 "인테리어 업체와 인력 소개소가 실제보다 일당을 2만~3만원씩 부풀려 말해 중간에서 이득을 보면서도 타일공 탓을 한다"고 반박했다.

최근 집 꾸미기가 유행을 타면서 타일 수요가 는 것도 인건비 인상 요인 중 하나다. 방송이나 잡지에 나오는 집의 세련된 바닥을 흉내 내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인터넷 주부 동아리엔 "연예인 집처럼 비싼 대리석을 깔진 못하더라도 느낌이 비슷한 타일로 거실 바닥을 꾸미고 싶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타일 판매 업주 장모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타일 바닥은 화장실을 제외하면 회사 사무실용이 대부분이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가정집에 무광택 포셀린(porcelain) 타일을 많이 깐다"고 말했다.

이찬 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겉모습이 근사하고 열 보존율이 높아 난방에도 효율적인 타일 바닥재가 인기를 끌면서 타일공 몸값도 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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