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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교시 물리Ⅱ 수업, 옆 학교서 듣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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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반高, 정규 수업 때도 '학교 간 이동 수업' 운영

과학 심화·제2 외국어·예체능 등 수강 희망 학생 수가 적은 과목

인근 학교들 공동으로 수업 개설… 성적은 각 수업별로 산출

19일 오후 6시 서울 성북구 계성고등학교 미술실에서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 68명이 디자인, 회화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 중 38명은 계성고 학생이지만, 나머지 30명은 삼각산고, 신광여고, 고대부고 등 서울 시내 21개 고교에서 왔다. 미술대학 진학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들은 소속 학교에서 입시 대비 미술 수업을 들을 수 없어 미술 거점학교인 계성고에서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듣는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려는 김세연(무학여고 2년)양은 "학교에 미대 준비 수업이 없어 매주 화·목요일 방과 후 버스를 타고 계성고에 와 4시간씩 디자인 수업을 받는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계성고등학교 미술실에서 학생들이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이 학교에서 매주 2차례 방과 후에 열리는 ‘미술 거점학교’ 수업에는 계성고 학생 외에 서울 시내 21개 고교 학생들이 참여한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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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학기부터 서울 일반고 학생들은 인근 다른 학교로 이동해 예·체능뿐 아니라 사회·과학 심화 과목, 제2외국어, 진로 연계 과목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가까운 학교들끼리 수요에 따라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이 '학교 간 이동 수업'을 하자는 것이다. 계성고 미술 거점학교 수업은 방과 후에 이뤄지지만, 2학기부터는 서울시내 10여개 일반고에서 정규 수업시간에 학교 간 이동 수업을 실시하게 된다.

◇인근 학교끼리 '학교 간 이동 수업'

조선일보

서울시교육청은 일반고 학생들의 교육과정 선택 폭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2학기부터 '개방-연합형 종합 캠퍼스 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19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인접한 2~4개 고교에서 선택 과목 수업을 공동으로 운영해 교환 학생처럼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다. 또한 학교 내에서도 문·이과 계열 이외에 예체능이나 취업 계열도 만들게 된다.

이근표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일반고에서 대학 진학뿐 아니라 취업 등 다양한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강 학생 수가 적은 과탐·사탐·제2외국어·예체능 교육과정이 학교 간에 공동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고교에서 '물리Ⅱ', B고교에서 '세계지리', C고교에서 '시창작(국어 심화)' 등을 같은 시간에 운영하면, 세 학교에서 각 과목을 듣고 싶은 학생들끼리 모여 수업을 듣는 것이다. 학생들의 이동 시간을 고려해 수업은 보통 점심 식사 후 5~6교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성적은 해당 수업을 듣는 세 학교 학생들끼리 산출한 뒤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입시에서 고교 기간 학생 희망 진로에 맞는 과목을 이수했는지를 중요하게 살피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고교생들이 '학교 간 이동 수업'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교육청은 기대하고 있다.

◇진로 교육과정 다양화

한 학교 내에서도 교육과정이 다양화된다. 기존 문·이과 등 고정적인 구분이 아니라 학생 희망에 따라 진로 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졸업 후 취업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수능 문제 풀이 수업을 듣지 않고 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교내에 개설하게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진로 탐색 및 진로 연계 과목은 3년간 최소 5과목 이상 들을 수 있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행 대입 체제하에서 학생들의 교육과정 선택을 확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그동안 수강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은 내신 1~2등급을 받기 어려워 과목 개설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학교 간 연합 수업을 해도 내신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과목 개설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고교 내신 반영 방법이 절대평가(성취평가)로 바뀔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선택 교육과정 확대가 교육 현장에 자연스럽게 안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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