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대학街 진풍경]
전담교사 보조 '새끼과외' 유행… 학부모가 부를때만 가서 수업
'선생님 구하는 고3' 글 올리니 명문대 재학·졸업생 51명 몰려
사투리 쓴다… 사진과 다르다… 멋대로 퇴짜 놓는 갑질도 빈번
과외 아르바이트 시장에 장씨 같은 '새끼 과외'가 유행하고 있다. 온라인 과외 중개업체 관계자는 "취업난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과외라도 하려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변호사 숫자가 늘면서 개업 변호사 밑에서 업무를 보조하는 '새끼 변호사'가 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것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아이가 필요할 때만 부를 수 있어 편리하고, 과외비도 수업을 할 때만 주면 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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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과외가 느는 데 대해 대학생들은 "과외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본지가 직접 온라인 과외 중개 업체에 '국어 과외를 원하는 고3 수험생'이라고 소개하고 가입해보니, 20시간 만에 명문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 51명으로부터 "과외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경기도에서 서울 마포구까지 과외를 하러 오겠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반대로 '명문대 국문과에 다니는 대학생인데, 과외 자리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을 땐 연락을 해온 고교생이 1명도 없었다.
과외 교사 자리가 귀해지면서, 과외를 원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갑질'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는 전모(22)씨는 지난해 과외 자리를 구하다가 한 고교생에게서 '사진을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과외 중개 사이트에 올린 전씨 프로필의 사진을 보고 연락한 것이다.
전씨는 "사진을 보냈더니 '프로필과 차이가 있네요ㅋㅋ'라는 답장이 오고는 연락이 끊겼다. 성희롱을 당한 기분이 들어 매우 불쾌했지만 고교생이라 참았다"고 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한 명문대 재학생 김모(24)씨는 "작년 여름에 한 고교생 집에서 '시범 과외'를 한 뒤 다음 날 '사투리를 써서 곤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과외 자리 구하는 게 취업 못지않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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