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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SK텔레콤-CJ헬로비전 M&A...논리는 없고 싸움만 있는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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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힌 관련업체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논란이 이 M&A의 유료방송이나 통신산업, 미디어 산업 전체에 대한 영향이나 소비자에 미칠 영향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리 없이 업체들간 이해다툼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해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는 M&A 논란 때문에 자칫 M&A의 성사여부와 인가조건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 산업의 발전이나 소비자 이익 보다는 업체들의 이익을 조정하는 단시안적 관점에서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M&A 인가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가 정확한 M&A 심사조건을 정해 공개하지 않은채 비밀유지에만 급급하고 있어 업체들의 논리 없는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A의 심판이 경기의 룰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이번 M&A가 경기가 아닌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M&A 인가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가 M&A에 대한 세부 심사기준과 법률 해석 방향을 제시해 M&A를 둘러싼 논란이 산업발전과 소비자 이익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의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정보도 없이 국민여론조사?....업체들 싸움터로 변질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인터넷 국민여론조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는 통신업계 직원들이 서로 다른 아이디를 동원해 자기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엉터리 여론조사로 변질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에게 제시된 정보는 M&A가 진행될 것이라는 언론보도 외에 정부가 제공한 어떤 정보도 없다"며 "일반 국민입장에서는 M&A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부는 M&A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사실상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조차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민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시작한 여론조사가 통신업체 직원들을 동원한 또 하나의 사움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나친 비밀주의....사업계획 조차 깜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5년간 5조원을 투자해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율을 높이겠다는 설명 외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반 소비자나 산업 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세부 사업계획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정부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방송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1위 이동통신 회사가 케이블TV 업계 1위 회사를 인수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앞으로 산업적으로 어떤 밑그림을 그리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다"며 "산업적 의미와 형후 계획에 대한 밑그림이 나와야 산업 전문가들도 산업발전 측면에서 찬반논리를 펼 수 있을텐데 지금으로서는 그저 감정적 논란에 동원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정부나 국회가 주최하는 공청회에 참석하는 전문가들 조차 M&A 이후의 통신, 미디어 산업의 변화상에 대한 세부 데이터 보다는 막연한 과거형 시장독점, 방송의 공공성 등을 근거로 찬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가 제대로 제시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지나친 비밀주의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미래부는 M&A 관련 새로운 정보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관계자를 찾아내 심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도 놓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M&A 둘러싼 진흙탕 싸움 막을 정보공개 이뤄져야
과거 방송통신 시장의 주요 M&A때는 시기별, M&A의 성격별 주요 이슈와 정부의 심시기준들이 공개돼 이를 바탕으로 찬반 논리싸움이 벌어졌었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할 당시에는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가 3위 사업자를 인수하면서 시장의 절반 이상 점유율을 유지해도 되는지,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요금인상 우려는 없는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또 산업적으로는 M&A를 통해 당시 황금주파수였던 800㎒ 주파수를 독점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핵심이었다.

KT가 자회사인 KTF를 합병할 당시에는 국내 최대 유선통신회사인 KT가 필수설비인 유선통신 관로를 경쟁 이동통신회사들에게 개방해야 하는지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이는 정부가 M&A 심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분석하겠다고 공개한 정보를 기준으로 사업 전문가들의 논쟁을 유도하고, 이를 인가조건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M&A 논의가 진행된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융합으로 급변하는 산업적 의미와 소비자의 통신-방송 이용요금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에 있는 사안"이라며 "지금처럼 M&A 논의가 업체들간 이해다툼에만 매몰돼 있으면 M&A 인가에서도 미래 산업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되고 어렵고, 결국 이는 한국 방송통신 산업과 소비자들의 손해로 직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일반 국민들과 전문가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고 활발한 토론을 통해 미래형 M&A 조건과 심사기준이 마련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M&A에 대한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3일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달 말 또 한차례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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