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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탐지…우주과학史 새 획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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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고 연구진 공식 발표…우주 미지의 영역 탐구할 새 도구로 주목 ]

머니투데이

중력파 이미지/사진=스미소니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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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주장했던 '중력파(重力波)' 실체가 거대 과학기술의 진보로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중력파는 우주 대폭발(빅뱅)이나 블랙홀 생성처럼 거대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충돌하거나 합쳐지면서 발생한 강한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질량을 가진 물체의 중력이 공간에서 파동으로 전달된다’며 중력파 존재를 언급했지만, 그 실체가 관측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블랙홀 충돌 '그 순간을 잡다'=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12일(한국시간)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 15개국, 80여개 연구기관, 10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한 '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LIGO) 과학협력단'이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유럽연합(EU)의 중력파 검출 연구단인 '버고(VIRGO)'도 이탈리아 마체라타에 위치한 버고 관찰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부산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이 참여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이 라이고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며 연구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

라이고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관측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오차범위 7억5천∼19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의 통계적 신뢰도는 5시그마(350만 번 중 1번 오류가 날 확률) 이상으로 정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1차 관측을 시작한 지난해 9월 12일부터 약 16일 간 가동 기간 중에 수집한 데이터로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때부터 라이고 검출기의 민감도를 10배, 탐지 범위를 1000배 끌어올린 차세대 라이고를 가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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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고/사진=라이고 홈페이지


◇지구에서 가장 민간한 진동검출기=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설치된 중력파 관측 설비 라이고는 길이 약 4㎞짜리 진공터널 2개가 ‘ㄱ’ 형태로 놓여 있고, 양끝에는 거울을 달아 레이저 장치에서 발사된 빛을 반사한다.

그러면 중력파 영향으로 각각의 빛이 진행하는 길이가 미세하게 변하게 된다. 이 같은 경로차가 있는 두 빛을 합치면 간섭 무늬가 생긴다. 중력파로 생긴 길이 변화는 태양이 수소 원자 지름만큼 움직인 정도로 작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관계자는 라이고에 대해 "100㎞ 떨어진 지점에서 낮게 발생한 파도 진동까지 측정할 정도로 민감한 진동검출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라이고가 관측할 수 있는 중력파 범위는 6억 5000만 광년(1광년은 9조5000억㎞)에 달한다.

연구진이 관측한 중력파 진동 범위는 30∼150Hz(헤르츠)이며, 최대 진폭은 10의 21거듭제곱분의 1이었다. 이는 중력파로 인한 시공간 변화로 1광년 길이,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극히 적은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우주생성 비밀 풀 '제3의 눈'=과학계는 이번 중력파 검출에 크게 환호했다. 중력파는 지금까지 인류가 알 수 없었던 우주 미지의 영역을 탐구할 새로운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주관측은 지금까지 천체·전파망원경등을 통해 이뤄졌다. 만일 중력파를 이용할 수 있다면 블랙홀 생성과 흡수, 중성자별의 충돌 등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천체 생성과 작동원리 등 우주탄생과 관련된 비밀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현재 라이고는 16억년 떨어진 중성자별, 30억년 떨어진 블랙홀까지 관측할 수 있는 수준이다.

천문연 관계자는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남긴 중력파 흔적을 찾아낸다면 우주 생성 원리를 알아내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력파 발견 '멀고먼 길'=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론(1915년)에서 중력파 존재를 언급한 뒤 다음해 6월,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물결과 같은 파장이 발생하는 파동방정식을 거론하며 중력파를 한차례 더 강조한 바 있다.

이후 학자들은 1960년대부터 중력파 검출 시도에 뛰어든다. 1969년, 미국 매릴랜드대 조셉 웨버 교수가 자신이 고안한 로장비로 중력파를 처음 검출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증결과는 사실이 아니었다.

1974년,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조지프 테일러 교수와 러셀 헐스 교수는 2개의 중성자별이 가까워지면서 중력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밝혀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직접 중력파를 관측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킵 손 교수와 로널드 드레버 교수, MIT 레이너 와이즈 교수는 두 가지 이상의 빛이 합쳐질 때 서로 상쇄·보완하는 간섭 현상으로 미세한 중력파를 측정하는 라이고를 고안했다.

과학기술계는 이번 중력파 발견을 금세기 최고의 과학실험으로 꼽는다. 이에 킵 손과 로널드 드레버, 레이너 와이즈 교수는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지목받고 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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