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마부작침] 'X맨 수도권'…민심의 풍향계를 잡아라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BOUT:
새누리당에서는 최근 중진 의원이나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험지(險地) 차출론이 뜨겁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종로로, 부산 출마를 노렸던 안대희 전 대법관도 서울 마포에 출마를 선언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 그리고 4월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야권 분열에 힘입어 180석 이상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정당에게도 서울 그리고 수도권은 당선이 쉽지 않은 험지다.

부자 앓는 소리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분석 결과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역대 민심은 변화무쌍했다. 매 선거마다 정권 심판론이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이 수도권이었고, 어떤 지역보다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 곳이 수도권이었다. 도시와 농촌 등 다양한 지역적 특성이 혼재되어 있고, 여러 지역 출신들이 섞여 있다 보니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지역주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소속 정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는 새누리당의 이야기가 괜한 소리는 아닌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회 전체 의석의 1/3에 육박하는 의석이 수도권에 있다 보니, 정당들도 전국 민심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 다른 어느 곳 보다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00년 이후 총선은 영호남을 ‘상수’로 두고 수도권이라는 ‘변수’를 차지하기 위한 정당들 간의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은 현재는 자신의 소속 정당 출신이 국회의원으로 있더라도 다음 선거에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때문에 항상 불안해 해야 하는 'X맨'과 같았던 것이다. 수도권이 매 총선마다 최대 격전지로 여겨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집권당 견제 '야성(野性)의 수도권'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을 없앤다”며 사사오입이라는 꼼수까지 써 가며 개헌을 한 이승만 대통령. 영구 집권 야욕에 표심으로써 가장 먼저 반발한 곳은 수도권이었다. 1954년 11월, 개헌 이후 열린 1958년 4대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수도권 40석 중 절반이 넘는 21개의 의석을 차지한다. 3대 총선에서 전국을 석권했던 이승만의 자유당은 수도권에서 야당에게 과반 의석을 내어준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16개 의석 중 88%인 14개의 의석을 차지해, 자유당이 사실상 전멸한다. 수도권에서 심지가 타오른 야당 지지세는 1960년 3.15 부정 선거 이후 4.19 혁명으로 이어지고, 이승만 대통령은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이는 이승만의 망명 직후 치러진 5대 총선(1960)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된다.

박정희 군사 정권 기간 동안 민주세력을 대변하는 야당과 권위주의 및 반민주 세력으로 분류되던 여당이 격돌한 총선에서 수도권은 민주 세력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다. 야당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승리한 지역이 수도권(7대/1967, 10대/1978)이었고, 특히 서울은 중선거구제로 바뀐 9대와 10대를 제외하고는 최대 95%(8대/1971)의 지역구 의석을 야당에게 몰아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석수로 보면 여당인 민주공화당에게 열세를 면치 못 했던 야당이 서울과 수도권에서만은 힘을 발휘한 것이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요동치는 수도권 민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아래에서도 야권은 수도권에서 최소 50% 이상의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1996년 15대 총선에선 여당인 신한국당이 56%의 의석을 차지한다. 야성이 점차 사라지는 시기였다. 그러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으로 여야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후인 16대(2000)와 17대 총선(2004)에서는 최대 70%(17대)의 의석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등 집권당이 차지한다. 다시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18대 총선(2008)에서는 여당(한나라당)이 73%의 의석을 차지한다. 특히, 뉴타운 열풍이 불었던 서울에서는 한나라당이 83%의 의석을 차지한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총선에선 ‘민주화 세력 지지’ 또는 ‘반민주 세력 견제’를 기준으로 표심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은 지역주의와 같은 공고한 어떤 성향이나 정파성 없이 이슈를 중심으로 민심이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도 수도권의 이런 성향은 잘 드러난다. 이명박 정권 당시 ‘정권 심판론’이 제기되면서, 지난 19대 총선(2012)에선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수도권 의석의 58%를 차지하며, 수도권 민심은 다시 뒤집어진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민심의 풍향계’라는 말이 분석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론’이 다시 야권 구호가 될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X맨 수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각 정당들은 어떤 전략을 내놓을까. 전체 지역구 의석의 절반에 가까운 '112석'을 가진 수도권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언제나처럼 이번 선거의 최대 관건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SBS 뉴미디어부)

☞ SBS뉴스에서 마련한 설 연휴 '꿀 정보'

☞ SBS 뉴스 바로가기

※ ⓒ SBS & SBS콘텐츠허브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