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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無黨派 40%… 누구도 장담 못할 뉴햄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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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美대선 풍향계 뉴햄프셔… 윤정호 특파원 르포

- 일반 유권자 첫 예비선거 오늘 결판

트럼프, 30%대로 공화당 1위지만 '아이오와 2위 충격'에 투표 호소

지지율 밀리는 민주당 힐러리 측 "샌더스는 사회주의 성향" 첫 공격

블룸버그 前뉴욕시장 출마 시사 "양당 후보들 수준 비참할 정도"

조선일보

윤정호 특파원


9일(현지 시각) 오전 7시 미국 뉴햄프셔주(州) 맨체스터 엘름가에 있는 보건국 건물. 전날 몰아닥친 눈보라가 발목까지 덮었지만, 출근길 직장인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일반 유권자가 처음으로 참가해 각 당의 후보를 뽑는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100년째를 맞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10개 카운티에 설치된 300개 투표소에서 이날 일제히 실시됐다.

1960년대부터 전통적으로 프라이머리 당일 0시에 가장 먼저 투표를 하는 북부의 작은 마을 딕스빌 노치에서는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상원 의원이, 공화당에서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승리했다. 12명이 거주하는 이곳의 유권자 9명은 샌더스에게 4표, 케이식에게 3표, 도널드 트럼프에게 2표를 던졌다. 다른 투표소는 오후 7시 투표를 마감한다.

선거 막판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은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10~26%포인트까지 안정적으로 앞서고 있다. 공화당은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30%대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케이식,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상원 의원, 테드 크루즈(텍사스) 연방상원 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10%대에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 결과는 9일 밤 늦게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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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나랑 찍었으니 날 찍어줘요” - 민주당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여유 있게 앞선 버니 샌더스(가운데) 상원 의원이 8일 뉴햄프셔 대학 유세 현장에서 ‘셀카’를 찍으며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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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대회)와 함께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무당파 유권자가 40%가 넘어 이들의 표심이 최종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 130만명에 유권자는 90만명 정도지만, 이곳 결과에 따라 민주·공화 모두 대선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 약세인 힐러리가 샌더스와의 격차를 한 자릿수로 줄이면 '샌더스 돌풍'을 잠재우면서 후보 지명을 일찌감치 결정지을 수 있고, 아이오와에서 일격을 당한 트럼프는 확실한 우세를 보여야만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지율이 득표율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에 나가달라고 호소했다.

샌더스는 열성 지지층인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내슈아의 대학가를 누비며 유세를 벌였고, 힐러리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를 앞세워 바닥 표를 훑었다. 힐러리 측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처음으로 샌더스의 사회주의 성향에 대한 공세를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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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트럼프는 맨체스터와 살렘, 런던데리 일대를 돌며 집회를 가졌고, 루비오는 "안전한 미국"을 강조하며 방산업체인 BAE시스템스 빌딩에서 타운홀 미팅을 여는 등 지지층 결집에 애썼다. 트럼프와 루비오는 연단 위로 아내와 자녀 등을 불러 가족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이겼지만,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한 크루즈는 공화당 내 보수 강경그룹인 '티파티'가 주최한 행사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지지자 간의 신경전도 치열해 루비오의 유세가 열린 한 대학 강당에는 다른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루비오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소리 질러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블룸버그 출마설이 계속 나돌긴 했지만, 본인이 직접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들의) 담화와 토론 수준이 비참할 정도로 따분해 유권자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며 "미국 시민들은 더 나은 상황을 마주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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